밀입북 뒤 아내 살해한 60대 남성, 징역 10년
"북한으로 밀입국, 초대소 지도원 회합과정에서 아내 살해"
법원 "범죄 중대성 깨닫지 못하고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아"
- 전준우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제주도 출생인 이모(65)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1학년 재학 중 중퇴했다. 이후 부두에서 막노동을 하거나 사진관에서 일하면서 겨우겨우 생활비를 마련했다.
이씨는 동거하던 여성과 자녀를 낳고 가족을 꾸리면서 감귤농사를 지었지만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고 가족들은 결국 흩어져 살아야 했다.
건강까지 악화된 이씨는 2004년쯤 우연히 비전향기수의 강연을 들으면서 대한민국에서의 생활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2006년 가족과 함께 북한에 들어가고자 했지만 자녀들의 의사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밀입북을 거절당했다.
하지만 이씨는 포기하지 않았고 2011년 부인과 함께 중국 장백현에서 튜브를 타고 발로 헤엄쳐 압록강을 건넜다.
이씨는 북한 양강도에 있는 초대소에서 출입국 담당직원인 지도원 2명에게 밀입북 동기와 경로에 대해 자세히 진술했다.
그는 "몸이 좋지 않아 요양하기 위해 입북했다"면서 사회주의 제도를 찬양하는가 하면 조사가 끝난 뒤 '김일성회고록', '21세기 태양 김정일 장군' 등 책자를 읽기도 했다.
이곳에서 생활하던 중 이씨는 아내가 지도원 박모씨와 친밀하게 대화하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하고 둘 사이를 부적절한 관계로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자신이 밀입북할 당시 가져온 돈을 박씨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결국 이씨는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2011년 10월 초대소 화장실에서 아내를 목졸라 살해했다.
이후 이씨와 아내의 시신은 지난해 10월 판문점을 통해 북한 당국으로부터 송환·인계됐다.
이씨는 함께 송환된 월북자 5명과 함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곧바로 공안당국에 체포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용관)는 국가보안법 위반 및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 대해 징역 10년과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가 실정법을 위반하고 반국가단체인 북한으로 밀입국해 그 구성원들과 회합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것으로 죄책이 매우 중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씨는 자신이 범한 죄의 중대함을 깨닫지 못하고 아내도 죽음에 동의했다고 진술하는 등 가족을 살해한 행동을 진심으로 반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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