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 운영자 "국정원 직원, '베스트 게시판' 테러"
"연예·요리 게시글 집중 클릭…정치 이슈 뒤로 밀려"
- 전준우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원세훈 전 국정원장. © News1 유승관 기자
</figure>국정원 심리전단팀 직원들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오늘의 유머'(오유) 사이트에서 정치·선거 이슈를 잠재우기 위해 연예·요리 관련 게시글을 집중적으로 찬성 클릭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14일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62)에 대한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오유 운영자 이모씨는 "국정원 직원들이 지난해 닉네임을 분산해가면서 연예나 요리 등 기타 게시판에서 2~3일 정도 지난 흘러간 게시물을 집중적으로 추천해 베스트 게시판으로 밀어올리는 활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999년부터 오유를 운영해오고 있는 이씨는 지난 4월30일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비롯해 민병주 전 국가정보원 심리정보국장,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 등을 공직선거법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씨는 수서경찰서 사이버수사대 요청으로 오유 서버를 압색하는데 협조하고 사이버 이미징을 임의로 제출하기도 했다. 또 서버를 분석한 정보와 자료도 수사기관에 제출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또 "지난해 11~12월은 선거기간으로 시사 게시판의 글들이 베스트로 많이 등록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베스트 게시판 첫페이지를 시사 게시물과 전혀 상관이 없는 연예, 요리 등 게시물로 뒤덮으려고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게시판 첫 페이지에 노출되는 것이 네티즌들의 높은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시사 이슈와 무관한 게시글을 집중적으로 추천 클릭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씨는 "당시 2~3일 묵은 글들이 갑작스럽게 베스트 게시판으로 밀려온 것을 의아해했지만 국정원 직원의 활동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면서 "일간베스트 회원들의 공격으로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이씨의 증언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들의 이같은 소행은 여직원 김모씨의 '오피스텔 감금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12월11일까지 진행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정당한 대북 안보활동으로 사이버 심리전을 해왔다는 주장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찬반 클릭도 종북좌파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미끼'라는 국정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이씨는 '베스트 테러' 활동 현황을 정리해온 뒤 법정에서 직접 보여줬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에 대해 객관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제출되지 않은 상태로 추측에 불과하다"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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