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둥지 떠날 때는 깨끗하게, 무슨 말 남기겠나"
채동욱 총장 전격 사퇴…긴박했던 3시간
장관 결정에 "하루라도 감찰받으며 지휘못해"
- 여태경 기자, 진동영 기자
(서울=뉴스1) 여태경 진동영 기자 = '혼외아들 의혹'으로 사의를 표명한 채동욱 검찰총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나오고 있다. © News1 송원영 기자
</figure>'혼외아들' 논란에 휩싸인 채동욱 검찰총장이 13일 전격 사퇴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감찰지시를 결정해 발표한지 3시간여 만의 일이다.
채 총장의 사퇴는 법무부의 감찰 착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전날까지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와 소송을 준비하며 적극 대응 방침을 천명했던 채 총장이었지만 법무부의 감찰을 받으면서까지 총장직을 수행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법무부, 검찰 등에 따르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가 조금 넘어 채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감찰 등 결정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채 총장은 12시께 대검 간부들을 소집해 긴급회의를 열었다.
회의에 참석한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채 총장은 "검찰조직의 수장으로서 단 하루라도 감찰조사를 받으면서 일선 검찰을 지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검찰조직의 동요를 막고 조직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 (사퇴는) 불가피하다"고 사퇴의 뜻을 밝혔다.
채 총장은 간부들의 잇단 만류에도 "충정으로 이해해 달라"며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본인과 검찰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된 상황에서 더이상 감찰을 받으면서까지 남아있을 수는 없었던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사퇴 결정의 배경으로 작용한 '혼외아들' 의혹 보도와 관련해 "현직 검찰총장으로 언론에서 일방적으로 제기된 의혹이 수차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며 "더구나 그에 관한 법적조치는 다 취했고, 유전자 검사 등 무엇이든 조속한 의혹 해소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고 거듭 반박했다.
채 총장은 "새가 둥지를 떠날 때는 둥지를 깨끗하게 하고 떠난다는 말이 있다"며 "검찰총수로서 마지막으로 떠나면서 무슨 말을 더 남기겠느냐"고 소회를 남겼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는 오후 1시20분 내부조율을 마치고 법무부 출입기자들에게 채 총장에 대한 감찰 착수를 발표했다.
법무부 대변인은 "더 이상 논란을 방치할 수 없고 조속히 진상을 밝혀 논란을 종식시키고 검찰조직의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법무부의 발표와 대변인의 추가 설명까지 끝난 뒤 채 총장은 대검 대변인을 통해 오후 2시30분 자신의 사퇴 입장을 밝혔다.
채 총장은 "제 신상에 관한 모 언론의 보도는 전혀 사실무근임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밝혀둔다"고 거듭 강조하며 "근거없는 의혹 제기로 공직자의 양심적인 직무수행을 어렵게 하는 일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자신의 사퇴 결심이 '음모론'을 인정한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감찰 결정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채 총장의 전격 사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할 말이 없다"며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사퇴를 발표한 채 총장은 오후 4시5분 5개월간 총장직을 수행한 대검 청사를 떠났다. 전체 대검 간부들은 대검 입구에 나와 채 총장의 마지막 뒷모습을 배웅했다.
정든 검찰을 떠나는 채 총장이었지만 표정은 담담했다.
채 총장은 사퇴 이유를 말해달라는 취재진 질문에 "이미 충분한 말씀을 드렸고 짧은 기간이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을 이끌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진 '사퇴 압박이 있었나', '조선일보에 대한 소송 계획은 어떻게 되냐' 등 질문에는 "죄송하다"고만 답한뒤 검은색 관용차량에 올랐다.
이 자리에는 채 총장의 떠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취재진 70여명과 검찰 직원, 일부 시민 등까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haru@news1.kr chind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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