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각색자도 극본 공동저작자 지위 인정"

서울남부지법 민사12부(부장판사 이범균)는 연극 '친정엄마'의 각색자 문모씨(32)가 동명의 수필집 원작자 고모씨(45)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금지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이에 따라 고씨는 문씨에게 2350만원을 지급하게 됐다. 또 앞으로 고씨는 단독으로 극본·각본을 저작했다고 표시할 수 없게 된다.

재판부는 "연극의 전체적인 구도가 연출자와 각색자에 의해 만들어진 점 등으로 미뤄 각색자도 극본 공동저작자의 지위가 인정된다"며 "피고는 원고와 합의 없이 각색극본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극본을 작성하며 원고의 이름을 표시하지 않고 공연 이익을 단독으로 얻어 배상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는 단독으로 극본을 저작했거나 각본을 담당했다는 표현을 사용하거나 이를 발매·배포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 피고 단독으로 제3자로 하여금 각색극본을 이용한 공연이나 영상물을 제작·공연·상영하도록 허락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1991년부터 방송작가로 활동하던 고씨는 2005년 '친정엄마'라는 제목의 수필집을 출간하고 이듬해 (주)아트인조아이(구 A코리아)와 함께 이를 연극화해 10년 동안 공연하는 계약을 단독으로 체결했다.

이후 연극은 2010년 4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서울에서 4회, 지방에서 40회 공연됐다.

이에 대해 문씨는 고씨가 각색 극본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고소했다. 초벌 극본은 고씨가 썼지만 이후 공연을 목적으로 한 극본은 각색을 의뢰받은 문씨가 5회에 걸친 수정작업 끝에 완성한 것이었다.

한편 지난해 서울남부지법 형사 재판부는 "각색극본은 공동저작물로 고씨는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 저작권 행사방법을 위반한 것에 불과하다"며 1·2심에서 고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