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차명계좌' 조현오 전 청장 징역 1년6월 구형(종합)

검찰 "명백한 허위사실, 노 전 대통령과 유족 명예훼손"
조 전 청장 "한 부분만 보고 전체 평가 경계"

23일 오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차명계좌 발언으로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3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으로 출두하고 있다. © News1 박세연 기자

</figure>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으로 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58)에 대해 검찰이 징역 1년6월을 구형했다.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성호 판사 심리로 진행된 조 전 청장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은 조 전 청장에 대해 징역 1년6월을 요구했다.

검찰은 "조 전 청장은 불행하게 세상을 마감한 노 전 대통령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명백히 허위 사실인 내용이 최근까지 언론에 보도되면서 2차 피해로 이어졌고 유족들도 엄한 처벌을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전 청장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실제 누구인지 법정에서도 밝혀지지 않았다"며 "설사 누군가한테 들었더라도 수백명 앞에서 믿기 어려운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조 전 청장의 발언에서 시기와 장소가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내용 역시 명백히 허위 사실"이라며 "이를 명예훼손으로 처벌 못한다면 어떤 사람이 명예훼손으로 처벌 받겠나"라고 반문했다.

검찰 구형 후 조 전 청장의 변호인 측은 "조 전 청장이 들은 내용을 허위라고 확신하고 얘기해야 유죄이지만 확신이 없었다"며 "조 전 청장에게 고인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는 전혀 없었기에 무죄를 원한다"고 변호했다.

변호인 측은 "노 전 대통령은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런 역사적 인물의 죽음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공인이었던 노 전 대통령의 자살 동기는 공적 관심사이기에 누구나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표현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결심 공판 전 마지막 발언에서 조 전 청장은 "발언 당시 (G20 행사를 앞두고 질서유지를 해야 하는데) 노 전 대통령 관련 시위대가 경찰에 가장 부담이 컸다"며 "기동대가 법적·도덕적으로 이들에게 위축되지 않고 사명감을 갖고 일하라는 취지로 한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또 "한 시간이 넘었던 강연 중 한 두 마디만 갖고 문제 삼으면 (강연을 통해) 어떻게 경찰력을 관리하겠나"라며 "한 부분만 보고 전체를 평가해야 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전 청장은 "(강연 때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유가족의 가슴을 멍들게 한 부분을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끝맺었다.

한편 이날 법정에서는 노 전 대통령 재직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증인 2명이 출석해 차명계좌가 실제로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되기도 했다.

이전 공판에서 검찰증인으로 채택됐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전 대선후보는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검찰은 "아쉽기는 하지만 이 사안 자체가 사실에 대한 적극적 증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차명계좌가) 없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증인 신청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앞서 조 전 청장은 지난 2010년 3월 서울지방경찰청의 기동대 팀장을 상대로 한 특강에서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됐기 때문"이라고 발언해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조 전 청장은 "권양숙 여사가 민주당에 부탁해 차명계좌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을 막았다"는 취지의 발언도 해 권 여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 전 청장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20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gir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