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딩기어 미작동, 왜?…진실의 시간 [되짚어본 항공참사]②
FDR 분석 이후 CVR과 맞춤 작업, 길게는 3년 걸릴 듯
경찰 콘크리트 둔덕 조사 본격화…사조위 독립성 높인다
- 황보준엽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179명이 사망한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의 희생자 수습이 마무리되면서 이제 사고 원인 조사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사고 원인을 두고는 여러가지 가설이 제기되는 양상이다. 첫 착륙 시도 때는 작동했던 랜딩기어가 2차 착륙 당시에는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버드스트라이크(조류충돌)가 엔진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가 의문점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피해 규모를 키운 것으로 지목된 콘크리트 구조물이 왜 활주로 끝에 위치해 있었는지도 들여다봐야 할 사안이다.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는 첫 착륙 과정에서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이후 위급상황을 알리는 '메이데이'를 외치고 복행을 결정한다. 그로부터 3분여 만에 기존 활주로가 아닌 반대방향의 19번 활주로 방향에서 비상착륙, 즉 2차 착륙을 시도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았고, 항공기는 비상 동체 착륙에 들어갔고 로컬라이저 둔덕에 충돌했다.
통상 엔진과 랜딩기어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조류충돌이 발생한 우측뿐 아니라 양쪽 모두 고장이 났다면 어떤 조작도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양쪽 엔진 등 인양한 주요 부품을 격납고로 옮겨 정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 중 엔진에서 깃털이 발견됐고, 그간 사고원인으로 지목됐던 버드 스트라이크를 처음으로 공식 확인됐다.
블랙박스인 음성기록장치(CVR) 자료 추출과 녹취록 작성까지 끝마쳤다. 해당 녹취록에는 조종사 간의 대화와 교신 내용 등이 담겨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어느 정도의 사고진행 경과는 확보가 된 것으로 보이지만, 국토부는 녹취록만으로 사고의 원인을 밝힐 수 없다면서 조사 단계에서 녹취록 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구체적인 원인은 또 다른 열쇠인 블랙박스 비행기록장치(FDR) 데이터 분석 이후 확실해질 전망이다. FDR은 지난 6일 미국으로 이송됐고, 데이터 추출 가능 여부는 이번달 중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FDR 분석이 완료되면 CVR 녹취록에서 확인된 교신정보 등을 비교하는 작업이 진행되며, 이 과정이 길게는 짧게는 6개월, 길게는 3년까지 소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달 내로 FDR을 분석할 수 있을지 여부는 확인이 될 것"이라며 "현지에 파견된 조사관 2명이 분석 과정에 입회하면서 빠르게 확인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을 키운 것으로 지목된 콘크리트 둔덕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활주로 내에 구조물을 국제 기준에 따라 '부서지기 쉬운' 재질로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 규정을 지켰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해당 둔덕은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안테나)의 지지대다. 로컬라이저는 공항의 활주로 진입을 돕는 시설로, 일반적으로는 가능한 한 낮게 설치된다.
그러나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를 받치고 있는 토대는 2m 콘크리트를 흙이 덮고 있고, 그 위에 또 30㎝가량의 콘크리트 상판이 있다.
국제연합(UN) 전문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시설물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 콘크리트 둔덕 로컬라이저는 설치 과정과 시설물 관련 규정, 국제규범에 맞게 설치됐는지 등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조사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다만 국토부는 둔덕이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등의 내에 위치 하지 않아 기준을 어긴 건 아니라고 설명한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는 규정에 맞게 지어졌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이른바 '셀프 조사' 논란이 제기됐고, 사조위에서 국토부 전현직 인사가 모두 물러나기로 했다. 사고조사위 위원장은 사퇴 의사를 표명했고 상임위원 항공정책실장은 위원회 업무에서 배제했다.
대신 국토부는 여수국제공항, 포항국제공항 등 무안공항과 같이 둔덕형 시설물이 설치된 공항에 대해 안전선 확보 방안을 마련한다. 재시공 방안 등을 놓고 전문가와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주종완 실장은 "편법, 불법을 떠나서 안전성이 중요한 만큼 전문가와 함께 경사도를 더 완만하게 한다든지, 내용물(콘크리트)을 빼고 재구성한다든지 등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전면적인 재시공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한 관계자는 "고민할 필요도 없는 문제"라며 "시간과 비용이 얼마가 들어가도 그런 시설을 모두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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