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179명 제주항공 참사…"랜딩기어는 왜 안내려왔을까"[되짚어본 항공참사]①
사조위, 잔여 기체·블랙박스 조사 본격 시작
조류충돌·방위각 둔덕 사고원인 지목…일각에선 인적요인 추정도
- 김동규 기자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지난달 29일 오전 발생한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로 탑승객 181명 중 2명만 생존하고 179명이 사망했다. 희생자 179명 전원은 장례절차가 진행 중이고,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사고 원인을 찾고 있다.
사고 항공기는 참사 당일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채로 무안국제공항에 동체착륙을 했고, 이후 콘크리트를 흙으로 덮은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둔덕을 들이받고 폭발 후 화재에 휩싸였다.
현재 사조위가 원인을 조사 중이지만 사고 당시 영상 등을 통해 버드스트라이크(조류충돌)와 로컬라이저 둔덕이 사고를 키운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8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제주항공 참사의 1차 원인으로는 항공기 엔진이상, 랜딩기어 이상이 꼽힌다.
제보 영상을 보면 사고 항공기가 무안공항에 착륙하기 전에 우측 엔진에서 불꽃이 튀어 오르고, 이후 동체착륙 때는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았다. 사고 항공기가 착륙 직전 관제탑으로부터 조류충돌 경고를 받았고, 무안공항 인근이 철새도래지라는 점에서 조류충돌이 항공기 엔진에 결함을 일으킨 원인으로 지목받는다.
엔진이상이 랜딩기어 이상으로 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업계의 의견이지만 조류충돌이 어떤 식으로든 항공기 상태에 이상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무안공항 인근 무안군 현경면, 운남면에서는 매년 1만 2000여 마리의 겨울 철새가 관찰된다. 또 무안군 내에서 가장 큰 철새도래지인 창호포가 인근에 있고, 113.34㎢의 무안갯벌습지보호구역 등이 조성돼 있다.
2m가량의 로컬라이저 둔덕과 그 위에 설치된 30㎝ 두께의 콘크리트 상판은 참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둔덕은 콘크리트 구조물을 흙으로 덮은 형태인데 사고 항공기가 동체착륙 후 부딪히면서 폭발했다.
국토부는 로컬라이저 둔덕이 규정에 맞게 설치됐지만 건설규정과 운영규정이 맞지 않는 점을 보완하고, 향후 안전성에 더 방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 7일 브리핑을 통해 "국제 규범인 국제민간항공기구 규정이 방대하고 공항 시설 관련 법령 체계가 복잡해 해석에 혼선이 있는 부분은 개선해 나가겠다"며 "로컬라이저 구조물은 규정 준수 여부를 떠나 안전을 더욱 고려하는 방향으로 신속하게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조류충돌로 인한 기체이상과 착륙 후 로컬라이저 둔덕 충돌을 이번 참사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면서 향후 조사에서 랜딩기어가 제대로 내려오지 않은 점을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세종 한서대 항공정비학과 교수는 "엔진에 이상이 발생해도 랜딩기어를 내릴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는데 이것이 왜 안 이뤄졌는지가 의문"이라며 "조종사가 수동 조작 등도 못하고 급하게 착륙한 상황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도 "랜딩기어는 유압시스템이 고장 난 경우, 수동으로 내리지 못한 경우, 시간부족으로 내리지 못한 경우에서 작동을 안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조사에서 이런 모든 상황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근영 한국교통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1차 착륙시도 때 작동했던 랜딩기어와 속도제어기능이 있는 플랩이 2차 착륙 때는 작동하지 않아 전혀 감속이 안 됐다"며 "사고 조사가 나와야 정확한 원인 파악이 가능하겠지만 1차 착륙시도 때 착륙이 이뤄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조심스럽지만 조종사, 관제사 등의 실수도 사고 원인에서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급박한 상황에서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며 "사고조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항공사고의 60~70%가량이 인적요인으로 발생하고 있어서 이 부분도 유심히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사조위는 현재 격납고 내에서 엔진, 조종석 상부 패널 등 그간 이송한 주요 부품에 대해 정밀 조사를 하고 있다. 기상여건에 따라 사고 현장에서는 주 날개 등의 조사도 병행할 예정이다. 음성기록장치(CVR)는 자료 추출을 완료해 분석에 들어갔고, 비행기록장치(FDR)는 미국으로 보내 자료 추출이 예정돼 있다.
d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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