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 부동산시장 읽으려면 금리·대출·통화량을 보라[박원갑의 집과 삶]
새해 부동산시장은 변수가 많아 여러모로 신경 쓸 게 많다. 다른 변수보다 기준금리 인하와 대출 규제, 통화량(M2) 증가 등 3대 금융지표를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박원갑 KB국민은행부동산수석전문위원 = 부동산이 투자상품화 혹은 투자자산화하면서 금융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적 불확실성이 사라지기 전에는 시장이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지만 그 이후 흐름으로 이들 변수를 주목하라는 것이다.
일단 금융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현재 연 3%인 기준금리를 새해에 2~3차례 인하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럴 때 기준금리는 연 2.25~2.5%로 낮아진다. 다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 횟수를 줄이면 우리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금리 인하는 금융비용이 줄어 투자수익률이 오르고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밀물이 밀려오면 작은 배든, 큰 배든 다 떠오른다’는 말이 있다. 금리가 낮아진다는 것은 부동산에 유동성이 그만큼 공급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오는 7월 강력한 대출 규제 복병이 기다리고 있다. 금융권의 모든 가계대출에 가산금리를 부여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도입이 그것이다. 두 금융변수의 힘겨루기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주택 거래량이나 가격이 출렁거릴 가능성이 있다. 수영장 물로 비유를 하면 한쪽에서는 더운물을, 다른 한쪽에서는 찬물을 주입하는 꼴이어서다.
특히 금융지표 중에서 광의통화로 시중에 풀린 화폐의 총량을 의미하는 M2 흐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일반적으로 M2는 늘어나지만, 증가속도를 눈여겨봐야 한다. 대도시 아파트값은 M2 증가율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부동산학 연구 논문들이 많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4년 10월 현재 M2는 4109조 원가량으로 전년 동월 대비 6.5% 늘어났다. 통화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넘칠 정도는 아니다. 집값이 급등한 과거 노무현 정부나 문재인 정부 당시 연평균 10% 정도 증가했다. 지금은 유동성이 많지 않으니,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많지 않은 셈이다. 아파트값이 특정 인기 지역에서만 오르는 것도 그만큼 시장 체력이 강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부동산 거품 붕괴를 심하게 앓았던 일본의 사례를 보자. 최근 들어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띠는 것도 M2가 많이 증가한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아베 노믹스(아베 신조와 economics를 합쳐놓은 신조어)로 시중에 유동성을 대거 공급했을 때 일본 집값은 이와 밀접한 연관성을 보인다. 아베노믹스는 일본의 제2차 아베 신조 내각 시절(2012년 12월~2020년 9월) 시행되었던 경제 정책을 일컫는 말이다. 이 기간 일본 M2는 35.3% 증가했다. 그 이전 8년간 M2 증가율(19%)보다 큰 폭(1.8배)으로 늘어난 셈이다. 통화량 증가는 곧 집값 상승과 연결된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아베 내각 시절 일본 주택가격은 16.3% 올랐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 18.8%(KB부동산 기준)에 약간 미치지 못하지만, 장기간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것에 고려하면 강한 회복세를 보인 것이다. 따라서 새해 부동산시장도 M2 증가율을 주목해서 봐야 할 것이다. M2 증가율이 갑자기 늘어난다면 집값도 그만큼 강한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증가율이 미미할 경우 그 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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