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지기 쉽게, 낮게' 로컬라이저 규정, 무안공항은 다 무시했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 2020년 설계지침과 다른 시공 의혹
- 김동규 기자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지난해 12월 29일 발생한 무안 제주항공 참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로컬라이저(방위각 표시시설) 시설 둔덕과 관련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규정 위반 의혹부터, 설계와 다르게 보강공사가 진행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업계와 언론보도에 따르면 로컬라이저 시설이 기준을 위반해 설치됐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된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발생 이후 적법하게 설치됐다고 밝혔지만 이후 관련 규정을 더 들여다보겠다고 입장을 바꾼 상태다.
동아일보는 로컬라이저 시설은 '공항 안전 운영 기준'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공항안전 운영 기준 제109조 5항은 착륙대 종단으로부터 240m 이내 지역에 있는 항행 목적상 시설은 부러지기 쉬워야 하며, 가능한 한 낮게 설치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무안공항 활주로는 2800m이고, 사고 항공기 착륙이 이뤄진 19번 활주로 끝에는 착륙대 60m, 종단안전구역 199m가 설치돼 있다. 로컬라이저는 종단안전구역으로부터 5m 벗어난 지점에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공항안전 운영 기준에 따르면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는 착륙대 종단으로부터 240m 이내에 있다. 로컬라이저 시설 자체는 부러지기 쉬운 재질로 보이지만, 이를 받치고 있는 토대는 2m 콘크리트를 흙이 덮고 있고, 그 위에 또 30㎝가량의 콘크리트 상판이 있다. 이런 이유에서 '부러지기 쉽고, 가능한 한 낮게 설치돼야 한다'는 규정 위반 의혹이 제기된다.
30㎝가량의 콘크리트 상판이 설계대로 시공되지 않았다는 의혹도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는 2020년부터 로컬라이저 개량 공사를 시작해 작년 초까지 공사를 진행했다. 2007년 무안공항 개항 이후 오래된 로컬라이저 개량 작업을 완료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콘크리트 둔덕 위에 콘크리트 상판이 더해졌는데, 이 상판은 길이 40m, 폭 4.4m, 높이 0.3m로 알려졌다.
공항공사는 2020년 개량 사업을 시작하면서 '부서지기 쉽게 만드는 방안을 확보하라'는 지침을 내렸는데 결과물은 오히려 기존보다 더 단단해진 시설물로 변해버렸다. 이에 공항공사가 설계 용역을 내릴 때와 최종적으로 채택해 공사를 시작할 때 다른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공사는 부러지기 쉽다는 표현은 콘크리트 상판이 아닌 둔덕 위 구조물에 대한 것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이 부분은 향후 조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길이가 300m 이상이면 사고 확률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공항 안전 관련 회의록 등에서 항공기가 이착륙 시 활주로를 벗어나는 오버런 상황이 발생해도, ICAO 권고치인 활주로 끝에서 300m 이상만큼 종단안전구역을 두면 83%의 항공기가 그 안에 멈춰 선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무안국제공항이 올해 1월 공시한 조류충돌예방위원회 명단에 15년간 활동하지 않은 위원까지 들어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버드스트라이크(조류충돌)를 막기 위한 위원회가 부실하게 운영됐다는 것인데, 조류충돌도 이번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어 향후 조사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d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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