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원인 밝혀줄 마지막 '9분' 교신내용…공개 어려운 이유는?
[무안 제주항공 참사]국토부 "공정성·객관성 확보 위해 공개 힘들어"
조사 초기에는 힘들지만 추후 합의 후 일부공개 가능성도
- 김동규 기자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지난해 12월 29일 발생한 무안 제주항공 참사 사고와 관련해 사고 항공기와 관제탑과의 교신 내용이 담긴 블랙박스 중 하나인 음성기록장치(CVR) 자료의 파일 전환이 지난 2일 완료됐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해당파일 분석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면서 사고 마지막 9분여간의 교신내용 공개에도 이목이 쏠린다.
3일 국토부에 따르면 사고 직전 상황을 유추할 수 있게 하는 이 교신 내용의 공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전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음성기록장치 2시간 분량이 확보됐다는데 공개는 사조위와 협의해 보겠지만 중요한 자료라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조위는 법에 따라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게 돼 있어서 조사의 구체적이나 세세한 내용까지 저희가 전달받거나 그런 상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비행기록장치(FDR)의 미국 이송과 같은 주요 상황에 대해서만 공유하면서 특별 이벤트가 있을 경우에만 저희한테 공유되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조사 초기 단계고 섣부를 공개로 여러 추측들로 인해 오히려 조사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라도 공개가 힘든 상황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추후 조사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합의된 확실한 팩트가 나올 경우 일부 공개가 가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조원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조사 초기에 음성기록 일부가 공개되면 이것으로 여러 추측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사고에서는 보상과 책임문제도 굉장히 중요한데 자칫 일부의 음성기록으로 사고 원인을 속단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도 있기에 공개에 신중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장 교수는 아울러 "일부 음성기록 공개로 특정 사고 원인이 추정됐는데 이후 최종 결과 발표에서 다르게 나오면 이 역시 난감한 상황"이라며 "종합적인 판단이 진행되기 전에는 공개가 힘들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근영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초기 사고 조사 과정에서 일부 음성기록이 공개되는 것은 조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바람직하지가 않다"면서도 "어느 정도 사고 조사가 진행된 후에는 개인적으로 민감한 내용은 지우고 필요한 부분의 일부 공개는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다만 현재 FDR 분석은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진행 중이라서 발표도 그쪽에서 할 것"이라며 "현재 국토부도 공항 시설 등과 관련해서 책임논란이 있는 만큼 음성 파일 공개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음성기록 일부가 공개되더라도 그 내용만으로 사고 원인을 예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사고 원인과 상황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판단을 위해서는 음성기록장치와 비행기록장치의 기록을 일일이 비교하면서 따져보고, 최종적으로 시뮬레이션까지 해봐야 하기 때문이다.
CVR에는 기장, 부기장, 승무원 간의 대화는 물론 관제사와 조종사 사이의 교신내용, 항공기 작동상태의 소리와 경고음 등이 녹음돼 있다. 녹음 분량은 2시간으로 사고 직전 2시간 분량의 음성기록이 저장돼 있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파일 전환이 완료된 음성기록을 조사관이 들어가면서 내용을 확인하게 된다"며 "내용과 사고 관련 조사를 함께 비교하면서 사실관계를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d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