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조종실 2시간 음성 확보, 관제사 2명 모두 교신에 관여"
CVR 추출 데이터→음성파일 전환, "사고 전 교신 내용 확인 예정"
국토부 "로컬라이저, 안테나, 기초대 등은 부서지기 쉽게 설치했다"
- 조용훈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직전 이뤄진 2시간가량의 조종실 음성을 확보했다. 여기에는 무안공항 관제탑과 주고받은 교신은 물론 조종사·승무원 간 대화, 기체 작동 소리·경고음 등이 담겼다. 미국으로 보내기로 한 비행기록장치(FDR)는 사조위 조사관을 파견해 자료분석을 시작할 예정이다.
주종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무안 여객기 사고 브리핑(13차)'에서 "음성기록장치(CVR)에서 추출한 자료를 음성파일 형태로 전환하는 작업을 오늘 오전 완료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조위는 전날 CVR 데이터를 추출한 데 이어 하루 만에 음성파일 전환 작업을 끝냈다. 사조위는 앞서 확보한 관제탑 교신 기록 및 관제사 면담 등과 교차 확인해 당시 기내 상황 및 교신 내용을 재구성할 계획이다.
특히, 당일 근무한 관제사 2명은 사고기와의 교신에 모두 관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관제 경력은 각각 3.5년, 5년이다. 유경수 항공안전정책관은 "비행 단계에 따라 다르지만, 관제사 2명 모두 (사고기와의) 교신에 관여했다"고 말했다.
비행기록장치(FDR) 분석도 서두른다. 사고 당일 수거한 FDR은 커넥터(연결선) 소실로 미 교통안전위원회(NTSB)에서 해독할 예정이다. FDR는 항공기의 비행경로와 각 장치의 단위별 작동상태를 기록한다. 이를 분석하면 사고기의 고도·속도는 물론 랜딩기어(비행기 바퀴)의 작동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자국우선주의로 보잉에 유리한 분석이 나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 주 실장은 "사조위 조사관이 함께 작업하기 때문에 편향된 결과가 나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내 조사 속도도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은 총 22명(사조위 12명, 미국 조사팀 10명)으로 구성된 합동조사팀을 꾸렸다. 조사팀은 현재 기체 잔해물 수집, 활주로 표면 마킹(표시), 사고 충돌 흔적 등 사고 원인 규명에 필요한 기초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사조위 인력은 △항공 전문 조사관 8명 △사무국장 1명 △통역 1명 △사무관 2명이다.
이와 별도로 이날 전남경찰청 수사본부는 한국공항공사 무안국제공항 담당 부서 사무실과 관제탑 등을 압수수색했다. 주종완 실장은 "사조위와 경찰 모두 사고 조사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를 확보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참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에 대한 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무안공항 로컬라이저는 2007년 개항 당시에는 10여개의 콘크리트 말뚝 지지대를 흙으로 덮은 둔덕 형태였다. 하지만 2023년 개량사업을 실시하면서 그 위에 두께 30㎝짜리 콘크리트 상판을 추가 보강했다.
주종완 실장은 "발주처인 한국공항공사는 당시 개량사업 과업서에 장비 안테나 및 철탑, 기초대 등 계기착륙시설 설계 시 부서지기 쉽게 설계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그대로 둔 채 상부 안테나만 부서지도록 설치했다는 게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에 주 실장은 "앞뒤에 어떤 내용들이 있었는지는 전체 내용을 확인한 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joyong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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