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보고서 빠르면 1년 내…"2년 이상 걸릴 수도"

[무안 제주항공 참사]CVR은 분석 조만간 시작…FDR은 미국서 분석
괌 사고때는 2년 3개월 걸려…"확실한 증거 나오면 속도 날 것"

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과학수사대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관계자들이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를 살펴보고 있다. 2025.1.1/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지난달 29일 발생한 무안 제주항공 참사의 원인조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미국 관계기관·업체와 한미합동조사팀을 꾸려 조종석음성기록장치(CVR), 비행기록장치(FDR) 등을 분석하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원인을 규명할 확실한 증거가 나오게 되면 사조위의 사고 원인조사 보고서는 생각보다 이른 시일 안에 나올 수 있다. 다만 핵심증거가 나오지 않거나 관계당국 간 이견이 발생하면 보고서 발표는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CVR 분석 조만간 시작…FDR은 기술검토 후 미국분석 결정

2일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사조위는 CVR에서 추출된 자료를 파일 형태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르면 3일 작업이 완료돼 음성기록 분석이 시작될 수 있다. 반면 FDR은 커넥터 소실로 미국으로 보내 분석이 이뤄진다.

국토부는 전날 브리핑을 통해 "소실된 FDR 커넥터는 전원 공급 기능과 데이터 공급 기능이 같이 섞여 있는데 이를 대체할 수 있는지, 접합 시 완벽하게 붙일 수 있는지 사조위의 기술검토가 있었다"며 "여의치 않다고 판단해 미국 현지에서 신속하게 데이터를 추출하는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FDR에 기록된 핵심자료가 꼭 미국으로 건너가야 하느냐는 지적에는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분석하는데 사조위 관계자도 함께 가서 분석할 것"이라며 "우리 전문가도 같이 공동작업을 해 그럴 우려는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FDR을 외관상 봤을 때 크게 파손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실제로 데이터를 추출해야 온전하게 남아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거 같다"고 부연했다.

업계에 따르면 사조위의 조사보고서는 빠르면 1년 내, 길면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적으로 항공사고는 사고조사 절차와, 사고조사 준비단계로부터 보고서 작성까지 보통 4~8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사고 규모가 작거나 원인이 단순할 경우 1년 이내에 최종 사고조사 보고서가 발표되고 사건이 종결된다.

그러나 사고규모가 크고 민감하거나, 원인이 복잡할 경우 2년 이상의 시간을 두고 조사가 진행되기도 한다.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2216편(방콕-무안) 사고와 관련 30일 오전 9시 30분 기준 사망자 중 141명 신원 확인 완료됐다. 국토교통부 공식브리핑을 종합하면 여객기 사고는 조류 충돌 주의 경보가 나온 3분 후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제탑의 조류 주의 경보 1분 뒤 항공기가 '메이데이(조난신호)'를 요청했고, 2분 후 19번 활주로로 착륙하는 과정서 공항 외벽에 충돌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괌 참사 최종보고서 2년3개월만에…이후 당국 조치 시작

지난 1997년 8월 미국령 괌국제공항에 착륙하려다 추락한 대한항공 사고(228명 사망) 원인조사결과 발표는 사고 후 2년 3개월(27개월)이 지난 1999년 11월에 이뤄졌다.

당시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기장의 부적절한 접근 조작 △부기장과 기관사의 기장의 조작상태에 대한 감시 수행 미비 △기장의 피로와 대한항공의 운항승무원에 대한 부적절한 훈련을 지목하고, 미국연방항공청(FAA)의 최저안전고도경보장치(MSAW)의 작동을 인위적으로 중지시킨 조치도 기여과실로 꼽았다.

당시 사고조사 결과 발표가 2년 이상 걸린 것은 한국 영토가 아닌 미국 영토에서 발생한 사건에다가 당시 NTSB의 사고조사 요원들이 잇따른 미국 제작 항공기 사고로 중복으로 투입되면서 시간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괌 사고 발생은 미국령인 곳에서 발생해 자료수집과 분석 등에서 시간이 좀 더 소요됐고, 분석 과정에서도 시간이 상당히 들어가 최종조사발표가 길어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번 제주항공 참사는 아직 조사 초기 단계지만 CVR이나 FDR 분석에서 사고 원인을 특정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가 나온다면 의외로 쉽게 결론이 나고, 1년 이내에 최종 조사보고서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종보고서가 나온 이후에는 사고 원인과 관련한 각종 개선절차에 돌입한다. 이후 상황에 따라 책임여부를 묻거나 민형사상 고소, 고발 등도 이어질 수 있다.

정 교수는 "최종보고서는 사고 방지, 예방, 개선 등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다"며 "만약 조류퇴치 인원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면 이를 늘리는 식의 개선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괌 사고 최종보고서 발표 후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는 대한항공의 괌·사이판 노선에 대해 향후 2년간 노선면허 발급을 금지했고, 향후 1년간 국제선 노선배분 대상에서 대한항공을 제외했다.

d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