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콘크리트 둔덕 논란 지속…피해 키웠다 vs 적법하게 설치

음성기록장치 해독 시작, 비행기록장치 추가 기술 검토 필요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콘크리트 재질 방위각 시설이 전날 제주항공 여객기와의 충돌 여파로 파손돼 있다. 국토교통부는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의 피해 규모를 키운 것으로 지적되는 활주로 인근의 콘크리트 재질 둔덕과 관련해 "다른 국내 공항에도 설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4.12.30/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무안공항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흙더미에 콘크리트를 심어 로컬라이저를 설치해 사고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관련 규정에 맞게 설치했다는 입장이다.

사고 현장에서 수거한 여객기 블랙박스는 해독 작업에 들어갔다. 음성기록장치(CVR)는 자료 추출을 시작했다. 커넥터(연결선)를 소실한 비행기록장치(FDR)는 데이터 추출을 위한 추가 기술 검토를 진행한다.

31일 오후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무안 여객기 사고 브리핑(10차)'에서는 무안공항 로컬라이저에 대한 공방이 오갔다.

로컬라이저는 여객기의 착륙을 돕는 안테나다. 무안공항은 △가로 40m △높이 2m △두께 4m의 둔덕 위 30㎝ 두께 콘크리트 상판에 설치돼 있다. 사고 당시 제주항공 비행기는 해당 구조물을 들이받고 폭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피해 규모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콘크리트 대신 쉽게 부서지는 소재로 만들었다면 비행기가 이를 뚫고 지나가 피해가 적었을 거란 설명이다. 실제 2015년 4월 일본 히로시마공항에 불시착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는 철골 위에 설치된 로컬라이저와 충돌했지만 그대로 뚫고 지나갔다. 탑승객 81명 중 사망자는 없었다.

국토부는 무안공항 로컬라이저를 관련 규정에 맞게 설치했다는 입장이다. 항공장애물 관리 세부지침에서는 공항부지에 있고 장애물로 간주되는 모든 장비나 설치물은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에 장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는 착륙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등 내 위치한 경우에만 적용돼 안전구역 외에 설치된 무안공항 로컬라이져는 문제가 없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종단안전구역은 착륙대 종단 이후 설정된 구역을 말한다. 무안공항의 종단안전구역은 착륙대 종단으로부터 199m다. 로컬라이저는 이보다 5m 뒤인 종단안전구역 밖에 설치돼 있다.

하지만 관련 세부지침 해석을 두고도 의견이 갈린다. '공항·비행장시설 설계 세부지침'에 따르면 정밀접근 활주로의 경우에는 방위각제공시설이 설치되는 지점까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을 연장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무안공항은 정밀 접근 활주로다. 논란이 계속되자 국토부는 추가 입장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날 김홍락 공항정책관은 "로컬라이져, 종단안전구역 등 관련 규정 관계를 확인한 후 종합적인 답변을 내놓겠다"고 했다.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과학수사 경찰들이 전날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2024.12.30/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이번 참사의 원인을 밝혀 줄 여객기 블랙박스 해독 작업도 시작됐다.

국토부는 사고 당일 수거한 블랙박스 중 음성기록장치(CVR)에서 자료추출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비행기록장치(FDR)는 자료저장 유닛과 전원공급 유닛을 연결하는 커넥터를 소실했다.

CVR은 조종실 승무원 간의 대화, 관제기관과 승무원 간의 교신내용, 항공기 작동 상태의 소리 및 경고음 등을 저장한다. FDR은 항공기의 3차원적인 비행경로와 각 장치의 단위별 작동상태를 기록한다. 이를 해독하면 사고 당시 항공기의 고도·속도는 물론 랜딩기어의 작동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주종완 항공정책실장은 "현재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FDR의 자료 추출이 가능한지 기술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