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빚 못 갚아 경매行…서울 아파트 경매, 9년來 최다
서울 아파트 경매 3267건…전년比 66.9% 급증
고금리·거래 침체 겹쳐…경매 시장 불안감 지속
- 한지명 기자
(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지난해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가 급증하며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금리로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집주인들이 늘어난 데다, 대출 한도 축소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매수 수요까지 위축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일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326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1956건) 대비 66.9% 증가한 수치로, 2015년(3472건) 이후 9년 만에 가장 많은 기록이다.
경매 건수는 2020년(647건)까지 1000건 미만을 유지하다가 2022년 798건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2023년 1956건으로 두 배 이상 뛰었고, 지난해에는 3267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경매 건수가 급증한 것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이들이 금리 인상과 거래 침체로 매각에 실패해 경매로 내몰린 영향이 크다. 고금리와 매수자 부족으로 인해 상환하지 못한 물건들이 경매 시장에 쌓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92.1%로, 전년(82.5%) 대비 9.6%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경매 시장이 활황이던 2021년(112.9%)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평균 응찰자 수는 7.38명으로, 2023년(6.40명)보다 증가했다. 2021년(6.84명)을 웃도는 수치로, 경매 시장에서도 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수 경쟁이 여전히 치열하다는 방증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경매 건수가 급증한 것은 금리 상승과 부동산 시장 침체가 맞물린 결과"라며 "부동산 침체로 거래가 안 되다 보니 경매 시장으로 넘어오는 물건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1년에는 경매 물건이 바로 소진됐지만, 지난해는 물건이 쌓이고 유찰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올해도 경매 시장에서 물건이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 연구원은 "법원 등기를 봐도 경매 신청 건수가 계속 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 회복이 지연되는 만큼, 올해 상반기까지 경매 물건이 쌓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또 "올해 상반기에는 낙찰가율이 80%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하반기에는 시장이 안정되고 낙찰가율도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hj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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