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동체 착륙 선택은 '전원 셧다운' 탓?…참사 키운 4가지
짧았던 착륙 거리, 콘크리트 둔덕, 특수거품 미사용
국토부 "동체착륙 의문들, 블랙박스 조사해 밝힐 것"
- 신현우 기자
(서울=뉴스1) 신현우 기자 =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사고로 17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콘크리트로 이뤄진 높은 둔덕·짧았던 착륙 거리 등이 피해를 더 키운 것으로 지목된다. 실제 비행기가 랜딩 포인트보다 더 앞에 착륙해 충분한 제동이 이뤄지지 않았고, 콘크리트 둔덕 등에 부딪혀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 동체 착륙 시 마찰을 줄이고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뿌려지는 특수 거품(폼)이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지목된다. 일각에서는 전원 셧다운으로 랜딩기어 등이 작동하지 않아 동체 착륙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표했다. 정부는 회수된 블랙박스를 분석해 사고 원인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9일 오전 9시 3분쯤 태국 방콕발 무안행 제주항공 7C 2216편은 무안공항에서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를 넘어서 방위각 시설과 충돌하며 폭발했다. 해당 여객기에는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181명이 타고 있었다. 사망자는 179명·생존자는 2명으로 최종 확인됐다.
31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무안공항 활주로 종단에서 약 264m 정도 떨어진 위치에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위각 시설은 항공기가 공항 활주로로 착륙할 때 방위를 계기판으로 확인할 수 있게 신호를 주는 장치다. 무안공항의 경우 흙으로 쌓은 둔덕 위에 콘크리트 기초와 안테나로 구성된 형태다.
국토부는 해당 방위각 시설이 규정대로 설치됐다고 잠정 파악했다. 다만 추가 조사를 통해 사고와의 연관성은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방위각 시설은 공항별로 다양한 형태로 설치돼 있는데, 콘크리트 구조물도 있고 파일 형태(쌓아 올린 형태)도 있다”며 “사고와의 연관성은 조사 과정에서 면밀히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체 잔해·슬라이딩 흔적 등이 있어 착륙 지점 조사가 더 필요한 상황인데, 활주로 3분의 1 지점으로 추정된다”며 “랜딩 포인트보다 앞에 착륙한 것으로 보이는데, 사고 당시 19번 방향 활주로는 2800m 중 2500m만 사용 가능한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콘크리트 둔덕 등이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오버런 사태를 대비해 로컬라이저는 비행기가 쉽게 뚫고 지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인천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오버런 사고에서 로컬라이저가 쉽게 뚫고 지나갈 수 있게 만들어져 인명 피해가 없었다”고 귀띔했다.
그는 “착륙 당시 기체에 큰 손상이 없었고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는데, 둔덕에 부딪힌 이후 폭발했다”며 “정부가 발표한 사고기 착륙 지점을 보면 동체를 세울 거리도 부족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 같은 여러 상황이 피해를 더 키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동체 착륙 시 활주로에 거품을 분사하지 않은 점 등은 아쉬움으로 꼽힌다. 다만 조종사의 비상선언 뒤 실제 착륙까지 시간이 너무 짧아 실행이 쉽지 않았던 부분, 거품을 뿌릴 경우 기체가 미끄러져 오히려 더 큰 사고가 우려될 수 있는 부분 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동체 착륙 시 거품을 뿌리는 방식이 규정으로 돼 있었으나, 오히려 더 미끄러워 (여객기가) 많이 밀려 나간다는 문제, 환경 문제 등의 이유로 지금은 규정에서 삭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공기 전원 셧다운으로 랜딩기어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 “현재까지 항공기 전원 셧다운은 확인되지 않았고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조사하면서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hwsh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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