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날고 짧은 활주로 '악조건' 무안공항, 처음부터 무리였나
[무안 제주항공 참사]입지 선정 때부터 철새 탓 논란
경제성 부족에 '국제선' 경험 미미, 17년 만에 첫 데일리
- 황보준엽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무안국제공항에서 179명이 사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철새도리지를 낀 위험한 입지와 짧은 활주로 길이 등 공항 건설 당시부터 지적된 문제들이 맞물린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무안공항은 서남권 거점 공항을 목표로 지난 2007년 개항했다.
지난 1994년 서남권 국제공항의 최적지로 선정된 뒤 1997년 실시설계를 거쳐 1999년 12월 착공식을 가졌고, 당초에는 2002년 전후로 문을 열 예정이었지만 토지보상 등의 사유로 늦어지게 됐다.
무안공항은 입지 선정 당시부터 논란이 있었다. 군내에서 최대 철새 도래지라는 창포호가 인근에 있고, 바다인 청계만도 가까웠기 때문이다. 특히 이 지역에는 113.34㎢의 무안갯벌습지보호구역 등이 조성돼 있다.
전남 무안군 현경면·운남면에선 1만 2000여 마리의 겨울 철새가 관찰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확장 사업 당시 환경영향평가에선 "사업지구 및 인근 지역은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다양한 조류가 확인되고 있다"고 지적된 바 있다.
이런 영향으로 무안공항은 버드스트라이크(조류충돌) 발생률이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실제로 무안공항에선 지난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5년간 여객기와 화물기를 합쳐 총 1만 1004편의 항공기가 오갔고, 같은 기간 조류 충돌은 총 10건으로 발생률은 0.09%로 나타났다. 비행기가 1만 편 오갈 때 약 9건꼴로 조류와 충돌했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철새도래지 인근 공항을 지은 것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성을 무시한 채 개항이 결정된 것도 사고의 원인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무안공항은 감사원과 건설교통부(국토교통부 전신)의 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매번 결론이 지어졌다.
조사 결과대로 수요가 충분치 않았던 만큼 국제선 운항이 그동안 적었고, 운영에 대한 충분한 경험을 쌓지 못했다.
무안공항이 데일리 국제선 운항을 시작한 것도 개항 17년 만에 처음이었다. 사고가 발생한 제주항공의 태국 방콕 노선 운영은 21일밖에 되지 않았다.
활주로 길이도 또 다른 문제로 꼽힌다. 무안공항의 활주로 길이는 약 2.8㎞로, 이는 타 공항 대비 800~900m가량 짧은 수준이다.
전남도에서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개항과 동시에 활주로 연장을 요청해 왔으나 번번이 좌절됐다.
그러다가 2022년이 돼서야 현재 492억 원을 투입해 활주로를 2800m에서 3160m로 늘리는 공사를 진행하게 됐다. 내년이면 지금보다도 긴 활주로가 완공되는 상황이었다.
항공 전문가들은 "활주로 길이가 짧으면 착륙 시 제동과 조종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특히 비상 상황에서는 충분한 길이가 사고 방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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