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집값 트렌드는 '동네별 따로따로'…"평균의 함정 피해야"[박원갑의 집과 삶]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 올해 주택시장의 두드러진 점은 ‘지역분화’ 현상이다. 광역시나 도처럼 같은 광역권이라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는 게 아니라 지역별로 완전히 다르게 움직인다는 뜻이다. 광역권 평균 수치만 보면 착시현상이 심하게 생길 수 있다. ‘평균의 함정’을 주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경기도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3.35% 올랐다. 하지만 지역별로 뜯어보면 온도 차가 극심하다. 안성과 평택은 같은 기간 4.7%, 3.8% 각각 하락했다. 반도체 불황에 미분양이 크게 늘면서 기존 아파트 매매가격에도 한파가 미친 것이다. 파주(-0.2%)와 부천 오정구(–0.9%), 이천(-1.6%), 포천(-2.9%) 등도 내림세를 보였다. 서울 강남권에서 가까운 과천은 같은 기간 10.2%, 성남 수정구는 7.9% 각각 올랐다. 용인의 경우 같은 시 단위 지역인데도 수지구(3.3%)와 기흥구(1.0%)는 오르고 처인구(–0.8%)는 내렸다. 아파트값만 보면 “같은 동네 맞아”라는 얘기가 나올만하다. 주택시장을 행정구역이 아니라 생활권역으로 봐야 한다는 말도 설득력이 있다.
미분양 홍역을 앓고 있는 지방 광역시에서도 차별화 현상은 두드러진다. 부산의 경우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0.84% 내렸다. 도심 공동화 현상이 심한 영도구를 비롯해 사하구 모두 4.3% 떨어졌다. 하지만 신흥부촌으로 떠오르고 있는 수영구는 0.5% 올랐고, 해운대구도 보합세(0.0%)를 나타냈다. 공급과잉에 시달리는 대구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2.03% 떨어졌다. 대구의 이런 내림세 속에서도 중구(2.1%)와 남구(0.4%)는 나름대로 선방했다. 자동차와 중공업의 선전으로 울산은 같은 기간 평균 1.16% 오른 가운데 중구는 1.2% 상승했지만, 동구는 1.3%는 하락했다. 지역별로 울퉁불퉁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서울에선 모두 오름세를 보였지만 기울기 차이는 컸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성동구와 서초구는 각각 9.6% 상승했다. 광진구도 8.6% 올라 서울 평균(8.03%)을 웃돌았다. 하지만 도봉구는 2.6% 오르는 데 그쳤다. 서초‧성동구의 상승률이 도봉구의 3.7배에 달하는 셈이다. 인천(3.76%)에서도 각종 택지개발 호재가 몰린 서구에서 4.8% 올랐지만, 미추홀구는 강보합세(0.7%)에 머물렀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시중의 유동성. 부동산시장에선 유동성이 넘치면 인기지역(고가주택)이 오르면 비인기지역(중저가주택)으로 시차를 두고 온기가 퍼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른바 ‘물결효과’이다. 인기 지역과 가격 차이를 메우려는 ‘갭 메우기’나 ‘순환매 장세’도 유사한 흐름이다. 이런 현상은 상승에너지가 강한 호황기에도 자주 나타난다. 하지만 지금은 유동성이 넘칠 정도는 아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현재 광의통화인 M2는 전년 동월 대비 5.9% 늘었다. 과거 노무현‧문재인 정부 시절 연평균 증가율이 10%에 육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낮은 편이다.
둘째, 요즘은 전세가 비율(11월 KB부동산 서울아파트 기준 54%)이 낮아 외곽지역에 적은 돈으로 전세를 끼고 갭투자를 할 여건도 되지 않는다. 이보다는 40대 맞벌이 중심으로 출퇴근이 편한 도심이나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가 몰리니 지역 쏠림현상이 심해지는 것이다.
이런 지역별 각개전투 현상은 새해에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기준금리가 시장 예상대로 2~3차례 인하될 경우 M2가 늘어날 수 있지만 7월부터 금융권의 모든 가계대출에 가산금리를 부여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가 도입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와 대출 규제 간 힘겨루기로 전반적으로 집값이나 거래량은 박스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더욱이 요즘 20·30세대는 아파트보다는 미국 주식이나 코인에 관심이 쏠려있다. 4~5년 전처럼 젊은 층 투자 자금이 아파트시장으로 대량 유입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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