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급증에도 중대형아파트 인기…'인구잣대' 오류 피해야[박원갑의 집과 삶]
프랑스 사회학자 오귀스트 콩트는 ‘인구는 운명’이라고 했다. 인구는 그 나라 경제나 사회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얘기다.
박원갑 KB국민은행부동산수석전문위원 = 사실 인구는 부동산시장에서도 유효수요를 측정하는 신뢰도 높은 도구다. 하지만 인구 잣대만으로 부동산시장 단기 흐름을 예단하는 것은 착오를 부른다. 공급이나 수요자 니즈 등 다른 요인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중은 전체 가구의 35.5%로 역대 최대다. 지난 2016년 만해도 27.9%에 불과했으나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1인 가구가 많아지면 작은 집 수요가 많아져 그 가격도 오를 것이다. 하지만 집값은 반대로 간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전국 초소형(전용면적 40㎡ 이하)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는 3.2% 하락했다. 전체 조사대상 면적 유형 5곳 가운데 유일하게 떨어졌다. 같은 기간 소형(40㎡ 초과~60㎡ 이하)은 0.5% 상승에 머물렀다. 가장 많이 오른 것은 중대형(85㎡ 초과~135㎡ 이하)으로 5%에 달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대형(135㎡ 초과) 상승 폭 역시 4.4%에 달했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선 집 크기와 가격이 정비례하는 현상이 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실제로 올해 들어 9월까지 대형과 중대형 아파트 가격은 각각 2.9%, 2.8% 올랐다. 하지만 같은 기간 초소형은 1% 하락했고 소형도 1.5% 상승에 그쳤다. 전체 가구의 63%에 육박하는 1~2인 가구 증가에도 중대형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흐름은 관심 지역인 서울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초소형 상승세가 가장 낮았다.
이런 ‘이상 현상’이 나타난 이유로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공급물량이 아닌가 싶다. 부동산 114 조사결과 지난해 전국에서 전용면적 85㎡ 초과 아파트 입주 물량 비중은 7%에 이른다. 2010년 그 비중이 34%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그사이 격감한 셈이다. 지난 25년간 중대형 입주 물량 평균치 16%에 비해서도 절반이 채 안 된다. 올해에도 중대형 입주 물량은 8%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1~2인 가구 급증에도 중대형 아파트를 짓지 않으니, 시장에서 수급불균형으로 큰 집 가격이 오른 것이다. 서울의 경우 올해 중대형 입주 물량 비중은 15%에 이른다. 역대 평균치 19%, 최고 29%(2010년)보다 낮다. 다만 2019년 최저치 6%를 찍은 뒤 점차 늘어나고 있는 점은 유의하는 게 좋다.
둘째, 코로나19 이후 집에 머무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집을 헬스, 업무 등 다기능 용도로 활용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점을 꼽을 수 있다. 아무래도 이런 복합 기능을 충족하려면 좁은 집보다는 넓은 집이 나을 것이다. 셋째, 젊은 층 중심으로 갭투자나 재건축 투자 붐이 시들해진 것도 또 다른 요인이다. 요즘 주택시장에선 중년의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가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이렇듯 인구의 큰 흐름을 받아들이는 것은 좋지만, 너무 깊게 빠지면 또 다른 위험을 부른다. 인구는 먼 미래를 바라보는 망원경이다. 망원경을 꺼내 돋보기로 사용해 보라. 바로 앞의 사물을 보려고 하면 초점이 흐릿해서 잘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보고 싶은 데로 해석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특히 지금 당장 일어나고 있는 부동산 문제를 모두 인구 잣대로만 바라보면 안 된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초소형과 소형 아파트 가격이 시장을 이끌어갈 것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론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멀리 보면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인구 절벽’으로 수요가 크게 위축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인구문제보다는 공급을 제대로 하지 못해 생기는 ‘공급 절벽’ 문제이다. 같은 미래라도 먼 미래와 가까운 미래를 구분하는 게 좋다. 이처럼 주택시장을 제대로 보려면 도식적 사고에서 벗어나 여러 변수의 ‘초점 맞추기’를 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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