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확대 vs 금융 규제'…2024년 부동산 시장 갈림길
1·10, 8·8 두 번의 공급대책…서울 그린벨트 해제
"2025년 부동산 시장, 거시경제 전반 수많은 시험대"
- 한지명 기자
(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올해 부동산 시장은 공급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대규모 정책과 가계부채 억제를 위한 금융 규제가 동시에 작용하며 극명한 양상을 보였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중심의 공급 확대 정책과 대출 규제 강화는 각각 단기적 성과와 혼선을 초래했다.
이에 부동산R114에선 올해 부동산시장을 관통한 키워드를 다음과 같이 선정해 29일 발표했다.
2024년의 시작과 함께 발표된 1월 10일 공급 대책은 준공 30년 이상 아파트의 안전진단 절차를 완화하여 재건축을 착수, 도심 내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
여기에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 등 다양한 유형의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건축·입지 규제를 완화하고, 공적 PF(Project Financing) 대출 보증 확대와 같은 금융 지원책도 포함됐다. 하지만 국회 논의가 필요한 일부 법적 개정 사항은 시행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1월 10일 공급 대책에서 발표된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내용이 올해 11월 국회를 통과했다. 2025년 6월부터 시행되며, 준공 후 30년이 지난 아파트는 기존 D등급(A~E) 이상을 받아야 했던 까다로운 안전진단 절차 없이 사업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재건축 초기 단계에서의 병목 현상이 완화되며, 사업 추진 속도가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정부의 두 번째 공급 대책은 8월 8일 발표됐다. 주요 내용은 △서울 및 인근 지역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8만 가구 이상 신규 공급 △재개발·재건축 특례법(가칭) 제정을 통한 정비사업 단계 축소 및 재건축 부담금 폐지 △빌라 등 非아파트 구입자 청약 시 무주택 인정 범위 확대 등이다.
8.8 공급대책의 후속 조치 중 하나로 11월 5일 서울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수도권 신규 택지 5만 가구 계획이 발표됐다. 2012년 이후 약 12년 만에 서울 일대에서의 그린벨트 해제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주요 위치는 서울 서초구 일대 서리풀지구(2만가구), 경기 고양대곡 역세권(9000가구), 경기 의왕 오전왕곡(1만 4000가구), 경기 의정부 용현(7000가구) 등으로 이 중 서리풀지구 일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보상 절차를 서둘러 2026년에 지구지정, 2029년 첫 분양, 2031년 입주를 목표로 한다.
2024년은 1기 신도시 정비 사업의 본격화가 시작된 해로 평가된다. 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 5개 신도시, 13개 구역에서 총 3만 6000가구의 선도지구가 지정됐다.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 따라 용적률 상향, 재건축 절차 간소화, 공공성 확보 등이 가능해졌으며, 2030년 입주를 목표로 단계별 개발이 추진 중이다.
1월부터 시행된 신생아 특례대출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적용하지 않는 조건으로 2년 이내 출산한 무주택 가구에 최대 5억 원을 저리로 지원한다.
평균 대출 금리는 2.32~2.41%로 시중은행 대비 2%P 낮아 주거비 부담 완화 효과가 두드러졌다. 이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주거 지원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10월과 11월 두 차례 단행된 기준금리 인하는 금리를 3.5%에서 3.0%로 조정하며, 통화정책 전환(Pivot)을 이끌었다. 이는 38개월 만에 단행된 금리 인하로,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됐다.
다만 급격한 금리 인상 이후 금리 인하 속도가 빠르지 않아, 시장 활성화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2024년 하반기 주택 거래량 증가와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가계대출이 월 5~10조 원씩 폭증했다.
이에 정부는 스트레스 DSR 2단계를 시행하고 디딤돌대출 개편 등으로 대출 한도를 축소하며 전방위 대출 규제 강화에 나섰다. 실수요자도 대출 제한에 영향을 받으며 일부 시장 혼란이 가중되었다.
정부의 5월과 11월 발표된 PF시장 구조조정 방안은 건설 산업의 금융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초기 자기자본비율을 20~40%까지 상향하며 사업 안정성을 강화했다. 민간 디벨로퍼 육성 등 건설사 부실 위험 완화도 주요 목표로 추진됐다.
올해 서울 및 수도권 전셋값은 1년 넘게(2023년 하반기부터 16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특히 월세 지수는 주요 조사 기관 모두에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신규 아파트 분양가는 전년 대비 최대 40% 상승하며 시장 과열 양상을 보였다.
서울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평균 155대 1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다만 서울 외 지역의 청약경쟁률은 철저히 양극화된 모습이다. 서울 외 평균 청약경쟁률은 △전국 13대 1 △수도권 20대 1 △지방 5대 광역시 3대 1 △기타지방 11대 1 등으로 서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잠잠한 수준이다.
11월부터 청약통장에 대한 월 납입 인정액이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상향됐다. 월 납입 인정금액이 늘어나는 청약통장 개편은 1983년 이후 41년 만에 처음이다.
이 외에도 △미성년 납입 인정 기간 2년→5년 △청약통장 최고 금리 2.8%→3.1% 상향 △기존 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 전환 허용 △청년 주택 드림 청약통장 신설 △당첨자 선정 시 통장 가입 기간 우대 △소득공제 한도 240만원→300만원 상향 등이 변화했다.
4월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면이 확정되며 부동산 세제 개편과 같은 법안 통과 가능성이 작아졌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며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도 확대됐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 연구원은 "2025년 대한민국은 부동산 시장은 물론 거시 경제 전반에서도 수많은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hj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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