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로 변신하는 도심 쇼핑몰…주민 반대에 사업자들 '전전긍긍'
디큐브시티·엔터식스 등 기존 대형 쇼핑몰 오피스로 전환 추진
"용도변경 안 된다" 입주민과 갈등 격화…장기화 땐 흉물 우려
- 신건웅 기자, 신현우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신현우 기자 = 최근 실적이 저조한 도심 내 대형 판매시설의 오피스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공실이 늘고, 상권이 침체한 곳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용도변경을 반대하고 있다.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기존 시설이 흉물로 방치될 수 있다고 우려된다.
29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GRE파트너스는 지난 8월 엔터식스 한양대점을 1100억 원에 매입해 오피스로 용도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녹십자, 알스퀘어 등 임차인을 확보했다. 이지스자산운용도 지난 2022년 디큐브시티 백화점을 약 175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오피스+판매시설' 복합 리뉴얼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이후 공실이 늘고, 상권이 침체한 곳에 오피스를 유치해 수익성을 개선함은 물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구청 인허가 사항인 용도전환(판매시설→업무시설)을 앞두고, 이해관계자들과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복합시설인 디큐브시티의 경우, 아파트동 입주민을 중심으로 '용도변경 반대위원회'가 조직돼 구청 민원과 반대 시위 등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생활 편의와 백화점이 줬던 지역 랜드마크 이미지 고려 시 오피스 변경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용도변경 허가 시 구청을 상대로 행정소송 제기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지스자산운용은 저층부 스타필드 빌리지·상층부 프라임오피스 대안을 제시했다. 전통 산업인 백화점보다 고급 사무직 유치가 펀드자산은 물론, 신도림 지역 전체의 가치 상승에 더 좋다고 봤기 때문이다. 더불어 세계적인 설계사 겐슬러(Gensler)와 협업해 디큐브시티를 서울의 미래지향적인 복합 업무·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다.
GRE파트너스의 엔터식스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동안 주민들이 슬럼화된 상가를 두고 불만이 많았던 상황에서, 오피스 전환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이 강하게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터식스의 경우 오피스 임차확약을 다 받아 놓은 상태로,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경우 대규모 손해 배상이 발생할 수 있다.
용도변경 동의를 놓고 전문가 의견은 갈렸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집합건물법은 건축물대장상 물리적·행정적으로 독립 구분된 경우 구분소유권이 인정돼 용도변경이나 대수선시 상호 동의를 구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디큐브의 경우 복합 건물 일부인 기존 쉐라톤 호텔을 오피스로 용도 변경하면서 케펠 자산운용 측이 이지스자산운용 동의만 받고, 아파트동 주민 동의를 받지 않았다. 건축물대장상 호텔·백화점 건물은 하나로, 아파트동은 별개로 구분돼 있기 때문이다.
반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지권 소유주가 대지권이 포함된 건물을 사고팔 때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면서도 "토지 위에 지어진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지을 때는 토지 공동소유자의 동의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핵심 상업공간이 흉물로 방치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실제 동대문 대표 패션상가 중 하나인 굿모닝시티는 통 매각으로 오피스빌딩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수백명에 달하는 구분소유자의 이해관계 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신사 등이 용도변경을 통한 임차를 시도하다 무산되기도 했다.
명동 밀리오레 빌딩은 1~2층 상업시설 공간을 두고 소유주간 이견으로 지난 7년간 공실 상태였는데, 최근 해소했다. 서울 구로구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큰 변화를 앞두고 양측 간 빠른 합의점 도출이 필요하다"며 "자칫 대치가 장기화하면 피해는 지역 전체로 돌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hwsh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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