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빌라' 인허가·착공 3분의 1토막…"서민 주거비 부담 커진다"

내년부터 빌라 '공급절벽' 본격화, 전월세 추가 상승 압력 작용
시장 전월세 시세 꿈틀…국토부, 신축매입 11만가구 공급 속도

사진은 3일 서울 강서구의 한 빌라 밀집지역. 2023.5.3/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이르면 내년 봄 이사철부터 서울의 신축 빌라(다세대·연립) 부족 현상이 나타날 전망이다.

서울 아파트 공급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대체재인 빌라마저 공급이 줄면서 서민 주거 불안만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울 빌라 인허가 30%↓…내년부터 신축 빌라 '가뭄'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서울의 빌라 인허가 물량은 총 2101가구로, 1년 전(2985가구) 대비 30%(884가구)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착공 물량은 4241가구에서 2722가구로 36%(1519가구) 쪼그라들었다.

업계에 따르면 빌라는 통상 인허가에서 착공까지 1~2개월, 착공에서 준공까지 6개월 소요된다.

이대로라면 당장 내년부터 서울은 빌라 공급절벽 구간에 들어선다.

빌라는 청년, 직장인, 신혼부부가 주로 거주하는 보금자리로, 대표적인 서민 주거 상품이다.

아파트의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든 이들에게 빌라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문제는 내년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 불씨가 비아파트로 번지면 빌라 전월세를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내년 서울은 아파트뿐 아니라 빌라도 수급불균형이 나타날 수 있다"며 "빌라 전월세가 오르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역시 "내년 서울 빌라는 전월세 가격은 물론 매매가격까지 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장은 벌써 반응하고 있다. 다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빌라 원룸 평균 월세는 77만 원으로, 한 달 전(73만 원)보다 5.3%(4만 원)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 강북구는 76만 원에서 102만 원으로 무려 34%(26만 원)가 상승했다.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출입문에 직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정부, 비아파트 11만가구 공급 속도전…전문가 "단기 효과 제한적"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방안'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시 국토부는 전세사기로 망가진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내년까지 서울 등 수도권에 비아파트 11만 가구 이상을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는 목표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16만 가구가 매입임대약정을 신청했다"며 "올해 중 5만 7000가구 정도의 물량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 방향성엔 공감하면서도 단기 시장 안정화에는 한계가 있을 거란 전망이다.

송승현 대표는 "정부 계획대로 물량을 공급한다면 장기적으로는 빌라 전월세 시장 안정에 도움은 되겠지만 물리적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단기에 효과를 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부의 신축매입 공급정책은 시장 안정화 방안으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지금처럼 건축 사업성이 악화한 상황에서는 정책적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