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는 '집사랑꾼'…홈코노미·올인룸이 뭐길래?[박원갑의 집과 삶]

16일 서울 서초구에서 개관한 디에이치 방배 견본주택을 찾은 예비 청약자들이 평형별 주택 내부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 2024.8.16/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아무리 셋집이라도 도배를 안하고 들어가요?”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 20대 딸은 이사할 집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이같이 말했다.

그러자 50대 어머니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뭐. 저 정도는 지저분하지 않아서 살만한데?”라고 말했다. 반면 딸은 “집은 생애에서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인데”라며 답답해했다.

부녀의 대화는 집에 대한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서로 다른 생각을 드러내는 단면이다.

젊은 세대가 집의 효능을 더 따진다. 태어날 때부터 풍요로운 시절의 선진국 국민이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현재주의적 소비 경향 때문일까? 주거 만족의 준거점이 기성세대보다 높아 더 좋은 인테리어에 깨끗하고 안락한 홈을 추구한다. 단순한 잠을 자기 위해 머무는 곳이 아니라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고 다용도로 활용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젊은 층 사이에서 코로나19 이후 홈(home)과 이코노미(economy)를 합친 개념의 ‘홈코노미’가 각광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마디로 홈코노미는 집 안에서 하는 다양한 경제활동이다. 이 외에 홈오피스(집 안에 따로 만든 사무실), 홈인테리어, 홈트레이닝, 홈카페, 홈캠핑, 홈루덴스(집에서의 게임 놀이) 등 집에서 하는 활동도 많다. 이런 흐름을 젊은 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트렌드 전문가인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의외로 집순이, 집돌이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색 게임을 실시했다. “평생 집에만 머무르고 밖에 나가지 못한다”와 “평생 밖에만 있고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밸런스 게임’이 그것이다. 이 놀이는 쉽게 고를 수 없는 두 가지 상황을 제시한 뒤 뭐가 더 나은지 선택하는 게임이다. 그 결과 젊은 세대일수록 전자, 기성세대, 특히 60대 남자일수록 후자를 택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김 교수는 요즘 세대는 굳이 밖에 나가지 않더라도 집에서도 혼자 재미있게 놀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요즘은 PC, 스마트폰만 있으면 자기 방에서 원하는 것 대부분 해결이 가능하다. 이들 전자기기만 있으면 TV, 영화, 유튜브 시청은 물론 배달 음식까지 시켜 먹을 수 있다. 심지어 온라인 게임에선 친구를 만나서 수다를 떨면서 즐겁게 놀 수 있다. 요사이 2030대 남자의 취미 가운데 압도적 1위가 게임이다. 과거 즐길 것이라곤 거실에 TV밖에 없었던 기성세대의 젊은 시절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이 때문에 화창한 봄날인데도 밖으로 나가지 않고 방구석에 있느냐고 부모가 잔소리를 해도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대 간 집이라는 공간 소비 취향이 다른 것 같다. 확실히 요즘 젊은 층은 집을 사랑하는 세대, 즉 '집 사랑꾼 세대'다. 집이라는 실물부동산의 가격 못지않게 그 공간을 사랑한다. 젊은 세대가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을 선호할 만큼 깔끔한 새집을 좋아하는 것도 어느 정도 납득이 된다. 집 안에서 오래 머물기에 아낌없이 인테리어에 투자하고 싶어 한다. 젊은 세대에게 집은 콘크리트 쉼터이자 힐링 공간이다.

어찌 보면 이들은 방 안에서 모든 것을 누리는 올인룸(all-in-room) 세대일 수도 있다. 올인룸은 최근 피데스개발에서 내놓은 신주거 트렌드다. 방안에서 일과 쇼핑을 비롯한 모든 일이 해결된다. 올인룸은 방에서 벗어나지 않는 ‘홈족’이나 ‘방콕족’의 공간처럼 좁다. 올인룸은 편의성에 따라 집이 압축적 공간으로 재탄생된 결과일 수도 있다. 집도 세상의 변화에 맞춰 그만큼 변모하고 있는 셈이다. 어찌 보면 집의 재탄생이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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