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6만 건물 비었다…지방 도시 '악성 공실'로 몸살[집이야기]

방치된 비주거 건물, 전체의 2.22%,…"상업·창고 시설 집중"
경주 금리단길 공실률 30%, 강남권도 침체…관리 체계 절실

1월 21일 서울 종각역 인근 상가 건물에 임대문의 현수막이 붙어있다. 2024.1.2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전국적으로 비어 있는 비주거용 건축물이 약 6만 659동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전체 비주거용 건축물(273만 1688동)의 2.22%에 해당하며, 지방 도시에서 비율이 더 높은 경향을 보인다.

빈 건축물은 단순히 방치된 상태를 넘어 지역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건축공간연구원(auri) 조사 결과 경주 금리단길에서는 상업지역 빈 점포가 30% 이상을 차지하며 상권이 위축되고 있고, 서울 강남권 일부 상가 지역도 공실률 증가로 상권 침체를 겪고 있다.

범죄 장소로 악용되거나 쓰레기 투기 장소가 되는 사례도 빈번하며, 빈 건축물은 지역 부동산 가치 하락의 주범으로 지적된다.

특히 용도별로는 동물 및 식물 관련 시설(1만 7442동)이 가장 많았으며, 창고시설(1만 4484동), 제2종 근린생활시설(7881동), 공장(5212동) 등이 뒤를 이었다. 이 다섯 가지 유형이 전체 빈 건축물의 86.4%를 차지하며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

주택 용도의 빈집은 '소규모주택정비법'에 따라 정기적으로 조사되고 있으나, 비주거용 건축물은 체계적인 조사가 어렵다. 2020년 시행된 '건축물관리법'이 빈 건축물 정비 규정을 포함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자발적 협조에 의존해 실태조사 완성도가 지역별로 상이하다. 이에 따라 사전 예측과 실시간 추적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다.

건축공간연구원은 사업자 등록 정보와 전기 사용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빈 건축물을 추정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연간 전기 사용량이 기준 이하인 건축물을 선별하며, 현장 조사에서는 약 20%만이 실제 빈 건축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추정 방식의 정교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빈 건축물을 단순히 정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예를 들어 공공임대주택이나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 시설로 전환하거나, 지역 커뮤니티 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이 제안되고 있다. 또한, 건축물 관리와 개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민간 참여를 확대하고 법적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해 관리와 활용을 체계화한다면, 빈 건축물 문제는 새로운 경제적 기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조영진 건축공간연구원(AURI) 선임연구위원은 "빈 건축물 문제는 단순히 도시 미관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안전,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며 "체계적 관리와 데이터 기반 활용 방안을 통해 지역사회의 경제와 안전을 동시에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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