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부터 운영·금융까지…정부, 한국판 ‘미쓰이부동산’ 만든다

[PF개선대책]자기자본비율 높은 리츠에 알짜 택지 우선매수권
디벨로퍼 시행능력평가 도입…정부, 종합부동산회사 육성 목표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 2024.9.5/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신현우 기자 = 정부가 리츠를 통해 개발·운영 전문 디벨로퍼 육성에 나선다. 이를 위해 자기자본비율이 높은 리츠에 우수한 공공택지를 매입할 수 있는 우선권을 제공한다.

더불어 디벨로퍼 시행능력 평가를 도입한다. 정부는 현재 분양 수익만을 쫓는 단기·영세한 시행 형태에서 ‘개발·운영·금융’이 가능한 종합부동산회사 육성을 목표로 한다.

국토교통부가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와 함께 14일 이 같은 내용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안정적으로 자기자본을 갖춘 리츠에 입지가 우수한 공공택지 매입 우선권을 제공해 개발·운영을 도모한다. 자기자본비율이 높은 경우 택지 공급 평가 시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특히 우량 용지를 리츠에 공급해 지역 내 랜드마크 상업시설 개발과 헬스케어 리츠 등 특화형 개발을 유도한다. 해당 사업의 경우 필요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분 출자자로 참여해 사업 안정성 향상을 도모한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 ‘공공주택 업무처리지침 및 택지개발 업무처리지침’ 개정을 추진하는 한편, 같은 해 ‘부동산 개발+운영 중심 사업 활성화 지원을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한다.

리츠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운용해 발생하는 수익(임대수입, 매각차익, 개발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부동산 간접투자방식이다.

안정적으로 재원을 확보해 중장기 임대 중심 사업에 특화됐으며 미국의 경우 리츠가 개발 시장에서 최대 투자자 역할을 한다.

현재 LH 공공택지의 경우 디벨로퍼가 (LH로부터) 땅을 공급받은 뒤 오피스·상가 등을 개발·분양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경우 디벨로퍼는 (개별)분양을 통한 이익 실현에 집중하는 반면 수분양자들은 운영 노하우 부족으로 공실 등의 상황에 놓인다. 또 공공택지는 수용방식으로 조성됨에도 택지 분양 받은 디벨로퍼가 분양 이익을 독점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일본 등은 분양이 아닌 직접 임대·운영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디벨로퍼의 전문화, 자발적인 자기자본비율확대, 시장 선진화 등이 가능한 것으로 국토부는 분석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발뿐만 아니라 운영까지 잘하는 디벨로퍼에게 인센티브를 주자라는 게 정책 방향”이라며 “이들에게 신도시 좋은 땅을 먼저 주면 일단 책임지고 운영까지 해 상가 공실 문제 등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미쓰이 부동산이 일본에서 제일 큰 부동산 투자 회사인데, 수익 구조를 보면 분양·임대·매니지먼트 등이 균형감 있게 (수익 구조가) 잡혀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수원시의 한 건설현장의 모습. 2024.4.2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시행능력평가 도입…우수 디벨로퍼 인증체계 마련한다

우수 시행자가 제대로 평가받고, 육성될 수 있도록 시행실적 검증을 통한 시행능력평가 제도를 도입한다. 업체가 제출한 실적은 관련 협회 등에서 검증·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건설사가 제출하는 시공실적을 검증하고 이를 ‘시공능력평가’에 활용하는 것과 유사하다.

제도 도입을 위해 시행 분야에 적합한 평가지표를 마련하고, 전문성을 갖춘 회사를 ‘시행능력 평가기관’으로 지정한 뒤 평가 결과(업체별 순위)를 공시하게 된다.

시행능력 평가기관으로 △신용평가업체 신용평가사, 신용조회회사 △공공기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부동산원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국토부는 공모사업 시행자 선정 시 우대, 시행능력평가 가점 부여, 디벨로퍼 중·대형화 지원 등 우수 디벨로퍼 육성 방안을 내년 하반기까지 마련한다.

또 시행 전문인력의 경력, 참여사업, 교육실적 등에 관한 종합 관리체계를 구축해 역량·이력을 검증한다.

현재 부동산 개발사업 시행능력에 대한 검증된 정보가 부재한 상황이다. 이는 건실한 사업시행자 확인과 자본금 투자유치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3000개에 육박하는 디벨로퍼 중 95% 이상의 연간 매출이 100억원을 넘지 못한다”며 “어떤 디벨로퍼가 좋은 곳인지 평가하고, 그들끼리 합쳐 대형화도 될 수 있게 유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hwsh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