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막히자 '묻지마 청약' 부메랑…영끌족 '당첨 포기' 기로에

반포·방배 등 수백대 1 '로또 청약' 20% 안팎 계약 취소
부적격이거나 자금 부족 계약 포기…대출 조여 압박 ↑

서울 강남구·서초구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4.11.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높아진 대출 문턱에 청약 시장의 '선당후곰'(우선 당첨되고 나중에 고민)이 부메랑이 되고 있다. 현금이 부족해 당첨 포기를 고민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1순위 청약에 8만명 넘게 몰린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 당첨자 계약 기간은 오는 15일까지다.

약 20년 만에 들어서는 잠실권 새 아파트로 높은 시세 차익이 기대되며 청약 경쟁률이 평균 268.7대 1에 달했다.

하지만 '로또 청약'에 당첨돼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로 한도가 예상보다 크게 줄고, 금리도 높게 책정되면서 당첨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이 아파트의 전용 59㎡(25평) 기준 분양가는 15억 원대로, 취득세와 여타 부수비용을 감안하면 16억 원이 필요한데 보유 현금이 많지 않을 경우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강남3구는 투기과열지구로 분양가의 10%가 아닌 20%를 계약금으로 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당첨 포기를 고민하는 사례에 "평생 후회한다", "2금융권이나 신용대출 등 무리한 자금 조달은 자녀를 키우며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 등 의견이 분분하다.

실제 올해 강남권 청약 단지에서는 '묻지마 청약' 열풍에 당첨이 취소되거나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대거 나왔다. 8월 청약을 진행한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방배 특별공급에서는 당첨 물량 594채 중 156채(26%)가 당첨이 취소되거나 계약을 포기했다. 대부분 부적격 당첨자였다.

이에 앞서 1순위 청약에 10만 명 넘게 몰린 '래미안 원펜타스'에서도 292가구 중 17%인 50가구(특별공급 29가구, 일반공급 21가구)가 부적격 당첨 취소나 포기 사례로 나왔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통상 아파트 청약 단지에서 20% 전후로 부적격 당첨자 등이 발생한다"며 "분양가 상한제 지역은 입주 전 시세를 반영하면 대출 한도가 늘어날 수 있어 자금 조달 문제로 스스로 청약 당첨을 포기하는 것보다는 부적격 당첨자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일단 청약에 당첨된 뒤 개인 사정상 계약을 스스로 포기하면 청약통장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그동안 쌓아 온 청약 가점을 날리게 되는 동시에 일정 기간 청약통장 사용이 제한된다.

자격요건 미달로 당첨이 취소되는 경우에는 '부적격자 처분'을 받게 된다. 부적격자가 되면 수도권과 투기과열지구, 청약과열지구에서 1년간 청약 신청을 할 수 없다.

청약 당첨을 포기하고 새로 청약통장을 만들더라도 모든 가점제 혜택에서는 제외된다. 같은 조건을 유지하더라도 다음 청약 때 생애 최초, 국가유공자, 신혼부부 등 특별공급 혜택도 받을 수 없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