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대곡 이미 평당 200만원선…"인근 집값 GTX-A 개통 지켜봐야"[르포]
199만㎡에 9000가구 공급 계획…"땅 살 사람은 이미 다 샀다"
- 윤주현 기자
"소문은 몇 년째 돌고 있었다. 그래서 살 사람들은 다 샀고 그만큼 땅값도 오를 만큼 올랐다"
(고양=뉴스1) 윤주현 기자 = 6일 찾은 대곡역 일대. 이곳은 좋은 입지에도 불구하고 그린벨트로 묶여있어 차후 개발이 가능성이 높은 '노른자 땅'으로 주목받아 왔다. 빼곡히 아파트들이 들어선 근처 능곡지구, 화정지구와 달리 대곡역 일대는 비닐하우스, 농장, 빌라들이 혼재돼 있어 외딴섬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런 풍경도 과거의 일이 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5일 경기 고양대곡 역세권 일대 그린벨트 해제를 발표했다. 덕양구 내곡동·대장동·화정동·토당동·주교동 일대 199만㎡의 부지에 9000가구 이상이 공급될 예정이다.
서측으로는 일산신도시, 동측으로는 고양화정지구와 각각 접해있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지하철 3호선 경의중앙선, 서해선, 교외선이 지나는 '펜타역세권'에 속해 입지 및 교통 여건이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다. 대곡역 일대가 개발되면 지역 내 새로운 중심지로 기능할 전망이다.
다만 주변 일대는 그린벨트 해제 소식에 크게 동요하지 않은 모습이다. 몇 년 전부터 돌고 있는 소식에 개발 기대감이 토지 가격에 어느 정도 선반영 됐고, 공시지가에 의해 산정되는 토지 수가도 그렇게 크지 않아 당분간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을 거라는 게 인근 부동산들의 분석이다.
대곡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이번 그린벨트 해제 지역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넓은 농업진흥구역의 경우 수용가가 평(3.3㎡)당 200만 원 정도로 예상된다"며 "강제수용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수용가 이상으로 토지 가격이 올라갈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계획이 흐지부지되기 전에 빨리 땅을 팔고 나가려는 사람들도 있다"고 부연했다.
토지를 전문으로 하는 한 부동산 관계자는 "대곡역 그린벨트 해제구역 내 땅이 보통 평당 200만 원 정도인데, 이것도 오를 만큼 오른 것이다"며 "기존에 소문이 돌았던 만큼 살 사람들은 이미 땅을 구입하고 기다리고 있어 문의도 많이 없다"고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구역 내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A 씨는 "그린벨트가 해제되어서 좋긴 하지만, 공시지가의 2배 안팎으로만 보상이 나가는 걸로 알고 있어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며 "국가에서 토지를 수용할 때까지 가만히 있을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일대 아파트값은 개발 배후지로써 수혜는 어느 정도 있겠지만, 그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출 규제와 고금리 기조도 계속되는 만큼 집값 인상엔 어느 정도 제한이 있다는 설명이다.
능곡동의 한 아파트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신규 택지 후보지 발표는 분명 호재이지만, 즉각적으로 아파트 가격에 반영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빨라도 GTX-A가 개통되는 12월이 지나야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그린벨트 해제 구역 자체에 불만을 가지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특히 대곡역 5번 출구 인근 빌라촌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주민은 이번 국토부의 결정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곳은 경의중앙선 철길 인근 농업지역과 달리 빌라들이 모여 있는 주거지역이다. 기존에 알려진 '대곡역 역세권 개발계획'과 달리 이번 국토부 발표에서는 그린벨트 해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빌라촌 주민 김 모 씨는 "소식을 듣고 믿기지 않아 아침에 구청에 가서 도면을 공람하고 왔다. 마치 이빨 빠진 모양처럼 이곳만 쏙 빼놓고 개발을 진행하는 건 옳지 않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번 그린벨트 해제 구역 지정에는 토지 보상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보상 과정이 수월한 그린벨트 내 농업 구역과 달리, 주거 지역은 토지 보상 비용이 많이 들고 협상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게 중론이다.
그린벨트 내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아마 공시지가가 싸고 보상 과정이 수월한 곳을 찾다 보니 이곳 일대가 계획에서 빠지고 옆의 농지가 계획에 포함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gerra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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