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군지 불패에 非학군 부모 신음…"집값 부추김 여전"[르포]
연일 신고가 경신하는 '학군지' 아파트…전월세도 오름세
높아진 학군지 문턱에 학부모들 고심…"이젠 꿈도 못 꾼다"
- 윤주현 기자
"대치동은 이제 꿈도 못 꿔요"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서울 지역 부동산이 둔화세를 보이는 가운데, 학군지를 중심으로 연일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0월 넷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0.09% 올라 지난주 상승 폭(0.11%) 대비 소폭 하락했다.
이와는 반대로 대치동·목동 등의 대표적인 학군지 아파트들은 높은 가격에 거래되며 연일 신고가를 써 내려가고 있는 것으로 4일 밝혀졌다.
수능과 겨울방학을 앞두고 '사교육 열풍'이 해당 지역의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치동 대장 아파트로 불리는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94㎡는 지난달 14일 42억 원에 신고가 거래가 이뤄졌다. 대치동의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로 꼽히는 은마아파트도 지난달 4일 전용면적 84㎡가 29억 4800만 원에 팔리면서 2주 만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청약 시장에서도 학군지 인기는 여전하다. 대치동에 들어서는 '디에이치대치에델루이'는 9월 37가구 분양에 3만 7946개의 청약통장이 몰리며 1순위 청약경쟁률이 1025대 1에 달했다.
서울 내 또 다른 대표 학군지로 꼽히는 목동 학원가 인근 부동산 가격도 상승세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7단지 전용 101㎡는 지난달 16일 25억 80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대치래미안팰리스 전용 114.15㎡도 지난달 11일 전세보증금 30억 원을 기록하는 등 전월세 시장도 신고가 대열에 합류하는 모양새다.
대치동 인근 부동산은 학부모들의 사교육 수요가 여전하고 수능과 겨울 방학을 앞두고 있어 당분간은 오름세가 지속된다는 입장이다.
대치동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겨울방학 직전에 자녀들 초중고에 전입시키기 위해 부동산에 매물을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이라며 "공급은 적은 상황에 수요가 늘면 아파트 가격은 당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은마아파트 근처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은마아파트의 경우 자식들 교육까지 보장되는 '몸테크'가 가능한 재건축 아파트라 여전히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래미안대치팰리스 인근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김 모 씨 또한 "대부분 아이 교육을 위해 대치동 아파트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며 "지금 있는 매물도 겨울방학이 시작되면 하나둘씩 없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날이 높아지는 학군지 아파트 가격에 '비학군지' 학부모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자녀 교육을 위해 학군지로 이사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높아진 아파트 가격이 걸림돌이다.
분당에 거주하고 있는 학부모 김 모 씨(여·45)는 "아이가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목동이나 대치동으로 이사 가는 걸 고려했지만 이제 매수는 꿈도 못 꾸는 상황이라"며 "전셋값도 계속 오르고 있어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원에 거주하는 학부모 홍 모 씨(여·46)는 "학군지는 아예 생각조차 안 하고 있다"며 "내 입장에서 대치동 아파트는 다른 세상일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학군지 학부모들은 자녀 교육을 위해서 높은 부동산 가격도 감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치동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면학 분위기나 학업 습관이 아이의 대입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에서다.
대치동 학부모 50대 A 씨는 "학교 분위기나 학원 인프라 측면에서 대치동은 확실히 다른 지역과 다르다"며 "내년부터 내신 5등급 제도가 시작되면 내신 사교육 수요가 더욱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gerra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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