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 피하려다 보니"…서울 외곽지역 월세 '껑충'
외곽지역 비아파트 월세 가파른 상승세…전세 사기 여파로 월세 수요↑
여유 자금 없는 '집주인' 미반환 속출…대규모 전세사기 여파도
-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최근 서울 외곽 지역 원룸 월세가 상승한 가운데, 계속되는 전세사기가 월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9월 기준 △도봉구(45%) △금천구(21%) △구로구(20%) 등 서울 외곽지역 연립·다세대 원룸(전용면적 33㎡ 이하) 월세는 지난달 대비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는 서울 전체 원룸 월세 평균 상승률인 2.6%를 한참 웃도는 수치다.
관악구의 평균 월세도 지난 8월 전월 대비 10% 오른 것에 이어 9월에도 3%가량 상승했다.
외곽지역 원룸 월세의 상승세에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전세 사기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전세사기는 아파트 위주의 상급지가 아닌 비아파트(빌라 및 다세대 원룸)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주로 일어난다. 아파트에 비해 빌라 등의 비아파트는 적절한 시세 확인이 어렵다.
또한 갭투자에 나선 외곽 지역 집주인들의 자금 사정도 서울 중심지와 비교해 여유롭지 못하다. 여기에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며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사회 경험이 적은 청년들이 대상인 전세 사기 사건도 빈번하다. 지난 6월 관악구 일대에서는 임대인과 공인중개사가 공모해 전세 사기 사건을 일으켜 60명 이상의 피해자와 100억 원대의 피해 금액이 발생했다.
국토교통부의 '기초지자체별 전세 사기 피해주택 소재지 현황'에 따르면 가장 많은 전세 사기 피해주택이 발생한 곳은 관악구로 1334가구에 달했다. 강서구(1118가구), 금천구(446가구) 등 서울 외곽지역들이 뒤를 이었다.
전세를 피해 월세를 찾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서울 외곽 지역 월세는 가파른 상승세다.
정부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의무화에 나서는 등 지난 몇 년간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전세 기피 현상이 계속된다는 평가다.
서울 관악구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예전에는 전세 매물이 제일 먼저 빠졌는데, 지금은 상황이 아예 반대로 변했다"며 "수요가 몰리니 당연히 월세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대중 서강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외곽지역 빌라에서 갭투자를 하는 사람들의 경우 애초에 자금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전세가가 떨어져 역전세 현상이 벌어지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 작정하고 무차입 갭 투기 방식으로 대규모 전세 사기를 일으키는 사례들이 있어 비아파트 전세 시장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며 "전세 사기 뉴스가 계속되는 한 월세 선호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gerra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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