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불편해"…철거 앞둔 '1100억 공중보행로' 가보니 [르포]
어둡고 바람 안 통하는 1층 상가…"낮인데 밤 같다"
상인들 "무작정 철거에는 반대"…활용 방안 고민해야
- 윤주현 기자
"공중보행로 때문에 1층 골목은 낮에도 어두워요."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지난 26일 오후 방문한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일대. 공중보행로 아래 1층 상가들과 그 일대는 낮에도 햇빛이 잘 들지 않아 다소 어두웠다. 보행로를 지탱하는 다리 기둥은 녹이 슬어 있었고 천장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졌다. 탁한 공기는 1층을 빠져나가지 못한 채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몇몇 세운상가 상인들도 공중보행로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진양상가에서 일하는 A 씨는 "공중보행로 때문에 1층 골목은 햇볕이 들지 않아 낮에도 밤처럼 어둡다"며 "누수, 통풍 문제도 심각해 공중보행로는 언젠가는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1층 상가에서 만난 주민 홍 모 씨도 "바람이 안 통해서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사용량이 적은 2층 보행 데크 문제점도 지적했다. 청계상가 자치관리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 모 씨는 "화장실을 쓸 때 말곤 2층 데크에는 아무도 안 올라간다"며 "관리도 제대로 안 되고 있어 쓸모없는 2층 데크부터 빨리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조한 공중보행로 통행량도 문제다. 서울시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통행량을 집계한 결과, 실제 보행량은 계획 당시 예측치의 11% 수준이었다. 상가와 연계가 안 돼 있는 삼풍상가·PJ 호텔 구간은 6% 수준에 그쳤다. 26일 낮에도 해당 구간은 다른 공중보행로 구간에 비해 유동 인구가 적은 모습이었다.
상인들은 공중보행로 설치에 따른 불편함을 공감하지만, 완공 2년 만에 철거하는 것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다.
청계상가 1층에서 조명 가게를 하는 이 모 씨는 "이미 계속된 공사로 피해를 봤는데, 이제 와서 철거하는 게 무슨 소용이냐"며 "이왕 만든 거 제대로 관리하고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진양상가 상인 최 모 씨는 공중보행로 1㎞ 구간 중 삼풍상가·호텔PJ 사이 보행교(250m)를 우선 철거하는 것과 관련해서 "굳이 일부 구간만 급하게 철거해서 도로를 단절시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나중에 상가들과 같이 철거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공중보행로랑 직접적으로 연결된 3층 상가 상인들의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청계상가 3층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최 모 씨는 "그나마 보행로 덕분에 버티고 있는 거다"며 "이제야 방문객이 조금씩 늘고 있는데 일부 구간을 철거하면 통행량은 줄어들 것"이라고 토로했다.
인근 상인 김 모 씨는 "1000억 원을 넘게 투자해 지은 걸 2년 만에 다시 부순다니. 보행로 철거에 세금을 사용하기보단 현재 미흡한 시설 관리에 예산을 투자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공중보행로 부분 철거를 시작으로 세운지구 공원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지난 23일 세운상가 일대 도시재생활성화계획 변경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불편함이 없게 지상 부분과 공중 보행로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앞으로 시설 관리에도 소홀함이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
gerra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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