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건축의 가치를 찾아서…설계자와 함께한 '우수 건축물' 투어[르포]
서울공예박물관·가회동성당·삼청공원 숲속도서관 등
"공공건축,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더욱 발전해야"
- 한지명 기자
(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공공건축이란 무엇일까. 시민들과 함께 살아 숨 쉬는 건축물들은 과연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25일 오후, 국토교통부와 건축공간연구원이 주최한 '우수 건축물 현장답사 프로그램'은 이러한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이었다.
이번 답사는 서울 공예박물관, 가회동 성당, 삼청공원 숲속도서관 등 서울의 주요 공공건축물을 탐방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설계자들과 함께 이 건축물들이 어떻게 공공의 이익을 위해 설계되었고 시민들의 삶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다.
첫 번째로 방문한 '서울 공예박물관'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공공건축의 대표적인 사례다. 종로구 율곡로3길에 자리한 이 건물은 멀리서 보면 실을 감는 도구인 '얼레'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외관을 지녔다. 2021년 개관 이후 북촌의 명소로 자리 잡았고, 2023년 제17회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대상을 받았다.
옛 풍문여고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새로운 건축물을 더해 재탄생했다. 박물관의 여러 건물은 공예적 요소를 담고 있어 관람객들이 자연스럽게 공예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옛 운동장을 보존한 넓은 공터는 시민들이 휴식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재구성됐다.
박물관 중심의 400년이 된 은행나무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상징으로, 세종대왕이 승하한 안동별궁의 역사를 간직한 공간이다. 옥상에서는 인왕산과 경복궁의 탁 트인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설계자인 송하엽 중앙대학교 교수는 "이 박물관은 단순히 전시 공간이 아니라, 시민들이 자연과 역사를 통해 공공건축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방문한 '가회동 성당'은 서울 북촌 한옥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전통 한옥과 현대 건축이 조화를 이룬 공간은 국내에서도 최초의 시도다. 설계자인 우대성 우연히프로젝트 소장은 "가회동 성당은 마당을 중심으로 구성됐고 건물의 모든 공간이 다양한 사람들이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가회동 성당의 가장 큰 매력은 외부인에게 활짝 열려 있다는 점이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관광객으로 북적거리는 북촌 한옥마을에 위치한 만큼 천주교 신자뿐 아니라 관광객과 지역 주민 등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기로 건축주와 건축가가 뜻을 모았다.
옥상까지 엘리베이터가 운행되도록 이용자들을 배려한 점도 돋보인다.
우 소장은 "공간도 건물을 환대할 수 있다. 이 성당이 그러한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삼청공원 숲속도서관'은 자연과의 공존을 목표로 설계된 공공건축물이다. 2013년 종로구가 북카페형 도서관으로 리모델링하면서 탄생했다. 설계를 맡은 이소진 건축사사무소 리옹 소장은 윤동주 문학관(2012) 리모델링으로 주목받았다.
이 소장은 "이 도서관은 서울시내 책쉼터의 시작이 되었고, 소박하지만 그 의미가 깊다"라며 "특히 숲의 나무를 보존하며 건축물을 배치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숲속 오두막집처럼 이 도서관이 시민들에게 자연 속에서 휴식을 제공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라고 덧붙였다.
현장 답사에 참여한 건축학부 학생 신민영 씨(25)는 "삼청공원 숲속도서관이 인상 깊었다"라며 "자연 속에서 책을 읽는다는 아이디어가 참 좋았고, 그 공간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사용되는지 볼 수 있어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고효진 건축도시공간연구원 팀장은 "공공 건축물은 경제적 논리보다는 시민 편의를 위해 설계된 공간들"이라며 "이번 답사는 시민들이 공공건축의 숨은 가치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hj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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