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기차표로 여행길"…인구감소지역에 '생활인구' 몰려든다[르포]
지역사랑 철도여행, 출시 두 달 만에 1.5만명 이용
인구감소지역, 철도 관광상품 등으로 생활인구 유입
- 조용훈 기자
이 가격에 와인 마시며 공연 보고, 지역 유명 관광지까지 구경하는데 얼마나 좋아요.(충북 영동 국악와인열차 탑승객)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정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지자체가 손잡고 내놓은 '지역사랑 철도여행' 관광 상품이 큰 인기다.
출시 약 두 달 만에 이용객이 1만 5000명을 넘어서는 등 전국 34개 인구감소지역을 찾는 관광객 발길이 늘고 있다.
저출생 및 고령화로 지방 소멸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 속 다양한 철도여행 상품이 지역 관광에 활기를 불어넣는 모습이다.
지난 24일 오전 서울역을 출발한 충북영동 국악와인열차 내부는 연신 시끌벅적댔다.
도착지인 영동역으로 향하는 2시간, 승객들은 한 손에 와인잔을 들고 국악과 판소리 공연을 만끽했다.
국악와인열차는 코레일이 운영하는 관광열차로,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3만 5000여 명이 탑승했다.
열차는 1편성(객차 7량), 총 245개 좌석 수로 △이벤트칸(1, 2호차·국악공연) △일반칸(3, 4호차) △이벤트칸(5, 6호차·7080라이브 공연)으로 구성됐다.
일반칸 가격은 13만 4000원, 이벤트칸 가격은 15만 4000원이다. 여기에는 왕복(서울역~영도역) 열차비를 비롯 버스비, 와인(2인 1병 및 와인잔), 중식비, 입장료(와인터널), 족욕체험비 등이 포함됐다.
현재 코레일은 국악와인 열차뿐 아니라 △남도해양 △정선아리랑 △동해산타 △팔도장터 △해랑 등 정기·부정기 전용 관광열차 12개를 운영 중이다.
이날 국악와인열차에서 만난 승객 김화자 씨(여·72)는 "공연과 객실 서비스 모두 너무 좋았다. 색다른 경험이었다"며 만족을 드러냈다.
현재 정부는 코레일 관광열차와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연계한 관광상품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디지털 관광주민증은 지자체별 숙박, 식음 등 편의시설과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할인받을 수 있는 일종의 명예 시민증이다.
이를 통해 이른바 '생활인구' 유입을 높여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생활인구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뿐 아니라 통근·통학·관광 등의 목적으로 지역에 일시적(월 1회, 3시간 이상)으로 머무는 사람을 말한다.
앞서 정부, 공공기관, 23개 지자체는 철도 및 관광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인구감소지역과 연계한 관광상품 개발에 나섰다.
특히,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운영하는 12개 지역의 철도역을 이용하는 승객에 대해서는 열차 승차권운임의 10%를 선할인 해주고, 관광주민증 발급 후 관광지 방문을 인증(QR인증)하면 운임의 40%에 해당하는 할인권을 제공해 준다.
현재 지역사랑 철도여행 상품은 자유여행 69개, 패키지여행 170개 등 총 239개가 운영 중으로, 코레일은 철도여행 상품 이용객이 연내 1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충북 영동 국악와인열차의 경우 이러한 혜택에 더해 영동 와이너리 투어, 레인보우 힐링센터, 와인터널 등 지역 명소를 방문하는 알찬 코스로 많은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김덕현 컨츄리와이너리 대표는 "포도의 고장 충북 영동은 전국의 수많은 포도작목반중에서도 명품포도 1번지로 꼽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직접 재배한 벨얼리(Campbell-early)와 산머루(Wild-Grape) 등을 통해 연 4만 5000리터 정도의 와인을 한정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해 컨츄리와이너리를 방문하는 관광객 수는 약 5000명에 이른다.
한편, 영동군의 디지털관광주민증 누적 발급 건수는 올 상반기 기준 총 5만 7100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영동군 정주인구(4만 3900명)의 130%에 달하는 수치다.
joyong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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