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가지 투자조건 만족한다면? "집, 꼭 안 사도 됩니다"[박원갑의 집과 삶]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본 아파트 단지/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본 아파트 단지/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집, 꼭 안 사도 됩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부동산수석전문위원 = 며칠 전 한 도서관에서 재능기부 경제 강의를 했다. 강의장에는 2030대 젊은 세대가 많았다. 강의가 끝나고 문답 시간이 있었다. 맨 앞에 있는 30대 중후반의 남성 A 씨가 손을 번쩍 들더니 “집을 꼭 사야 합니까?”라고 물었다. 난 망설임 없이 답했다. “있으면 좋지만, 반드시 안 사도 됩니다.”

이야기를 더 들어보니 A 씨는 전세로 살면서 해외 주식에 장기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요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A 씨 같은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젊은 세대뿐만 아니다. 한 50대 여성은 비싼 아파트를 팔고 배당주에 장기 투자해서 수익을 올린다. 그동안 집을 산다는 것은 연애, 결혼, 출산처럼 인생의 통과의례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선택의 영역으로 서서히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집은 살아가는 데 필수적 공간이지만 요즘 사람들은 주거 비중보다 투자 비중을 더 높게 생각한다.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하면서 투자 자산화의 대상이 넓어진 결과 집도 예외일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수익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집도 주식이나 채권처럼 포트폴리오의 일환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수 있다.

투자 지형도를 좀 넓고 멀리 내다보자. 지금의 투자 흐름은 부동산에서 금융으로, 로컬에서 글로벌로,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향한다. 국내 부동산은 대표적인 로컬‧대면 자산이다. 앞으로 본격적인 인구감소시대가 오면 국내 부동산의 투자가치는 떨어질 것이다. 젊은 세대일수록, 지방 거주자일수록 부동산보다는 금융자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장기적으로 바라보면 사고파는 국내 부동산은 선택적 재화일 뿐이다. 그래서 A 씨처럼 집을 사지 않고 다른 곳에 투자해 자본이득을 올리면 된다. 거칠게 말해 흑묘든 백묘든 수익만 올리면 되니까 말이다.

일반적으로 주식의 수익률이 부동산보다는 높은 편이다. 베스트셀러 '21세기 자본'을 쓴 토마스 피케티는 자신의 책에서 “많은 국가에서 장기적으로 주식 투자 수익률은 연평균 7~8%, 부동산과 채권 투자 수익률은 3~4% 정도”라고 했다. 장기적으로 주식에 투자하면 부동산보다 배 이상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변동성이 큰 주식 투자로 재산을 늘리려면 2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집 없이 사는 것에 대해 배우자의 불만은 없는가?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집이 없으면 ‘집사람’이 더 불안해하는 것 같다. A 씨는 그런 일이 없다고 했다. 그럼, 부부끼리 의기투합이 잘 되는 셈이니 주식 포트폴리오가 나쁠 게 없다.

둘째, 주가가 폭락이 왔을 때 스트레스를 겪은 적이 없는가? 이 질문에 그는 웃으면서 이같이 답했다. “주가 대폭락이 자주 왔으면 좋겠어요. 싸게 매입할 기회니까요.” 그렇다면 A 씨는 강철 심장이다. 폭락 때 저가 매입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배짱이 있다면 주식 투자 체질인 셈이다. 대부분 사람은 주가가 대폭락하면 심리적 대공황에 빠진다. 자신의 뇌는 팔지 말라고 명령을 내리지만, 손가락이 몰래 판다.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높은 지능지수나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감정 조절능력이다. 일을 그르치는 이유는 계획은 이성적으로 짜지만, 행동을 감정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성과 합리성에 대한 무한신뢰가 사고를 부른다. 감정이 작동하기 마련인 위기 때도 이성과 합리성이 작동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자신의 참모습은 평상시가 아니라 비상시에 나타난다.

투자에는 왕도가 없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나의 스타일을 찾는 게 성공 투자의 첫 출발이 아닌가 싶다. 투자에 성격심리학적 접근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h991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