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색 번호판 싫어" 다운계약서 쓴 회장님…2억 BMW도 '7000만원' 신고

"8000만 원보다 싸게 샀다" 꼼수 법인차 6290대
김은혜 의원 "정부 느슨한 관리로 편법 행위 가중"

8일 오전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원도시공사 번호판제작소에서 직원이 법인 승용차용 연두색 번호판을 정리하고 있다. 올해부터 공공·민간에서 신규 또는 변경 등록한 취득가액 8000만원 이상의 법인 업무용 승용차는 연두색 번호판을 달아야 한다. 2024.1.8/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올해 상반기 8000만 원 이상 고가 차량 중 구매자가 법인인데도 '연두색 번호판'을 달지 않은 차가 6000대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부터 취득가액 8000만 원 이상인 법인차량에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하는 제도가 시행되자, 취득가를 거짓으로 낮춰 신고하는 '꼼수 법인차'들이 줄을 잇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공받은 '수입 법인 차 차량 모델 및 신고 가액'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등록된 법인차 중 수입차 수는 4만 7242대로 집계됐다. 이중 일반소비자가격 8000만 원 이상 차량은 1만 8898대다.

하지만 법인차량 6290대는 '8000만원보다 싸게 샀다'고 신고돼 연두색 번호판을 달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규 등록 고가 법인 차량 3분의 1에 해당한다. 소비자 가격이 1억 원 이상인데도 8000만 원 이하에 취득한 걸로 신고된 차량은 306대에 이른다.

실제 2억이 넘는 BMW 'M8 쿠퍼 컴페티션'은 올 상반기 총 8대가 법인 차량으로 등록됐는데 이중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한 건 3대에 그쳤다.

김은혜 의원은 "국토부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제도의 미비점을 방치했다"며 "연두색 번호판은 법인 차량이라는 익명 뒤에 숨은 모럴해저드 폐해를 막기 위한 제도인데, 국토부의 느슨한 관리로 오히려 편법 행위를 가중하는 셈이다. 정부 차원의 깊이 있는 조사와 시스템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