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 집, 호텔처럼 예약"…MZ, 따로 또 같이 산다[르포]

신촌역 인근 코리빙 하우스, 3인실 보증금 500만원·월 69만원
홈페이지 공실 확인 후 직접 예약 가능…'전세사기' 걱정 없어

'맹그로브 신촌' 3인1실 내부 모습.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 도보 5분 이내 거리에 위치한 코리빙 하우스 '맹그로브'. 이곳에 대학생, 사회 초년생 등 약 280명의 MZ세대가 '따로 또 같이' 살고 있다.

지난 20일 찾아간 맹그로브 신촌은 지하 3층~지상 16층 높이의 공유주거 시설이다. 1인실 108개, 3인실 56개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월 임대료는 보증금 500만 원에 1인실 기준 90만 원 초반, 3인실은 69만 원(관리비 10만 원 안팎)가량이다.

특히 가성비 좋은 3인실의 인기가 예상보다 높다. 지난해 2월 이 지점이 운영을 시작한 지 보름 만에 3인실의 98%가 주인을 찾았다.

3인실은 부동산 디벨로퍼 엠지알브이(MGRV)가 2020년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 원룸도 개인 공간과 주방, 화장실 등 공용 공간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임시 허가를 받아 가능했다. 이후 임대형 기숙사 기준에 대한 건축법 시행령 개정까지 성과로 이어졌다.

기존 쉐어하우스는 개별 방 크기가 균등하지 않지만, 이곳은 똑같은 면적에 넉넉한 수납공간까지 모두 동일한 점이 특징이다.

주방 시설과 냉장고, 세탁기는 함께 사용하고 건식 세면대와 샤워실, 화장실을 모두 분리해 공유 생활의 불편함을 최소화했다. 각 방 문고리에는 지문 인식 시스템이 등록돼 있다.

'맹그로브 신촌' 내부 모습. 건식 세면대와 샤워실, 화장실이 분리돼 있다.

거주 기간은 기본 6개월에 1개월 단위로 재계약이 가능하고, 엠지알브이와 직접 계약을 맺는다. '깡통 전세' 등 전세 사기 우려가 없는 데다 공인중개사 없이 직접 계약을 맺다 보니 별도의 중개비도 내지 않는다.

이달 1일부터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사용자가 호텔 예약처럼 공실을 확인하고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됐다. 맹그로브는 신촌 이외에 숭인·동대문·신설동에서도 운영 중이다.

성지혜 엠지알브이 PR팀장은 "맹그로브에 거주하기를 희망하는 이들이 홈페이지에 접속해 원하는 지점과 개인실 여부, 입실 희망일 등을 입력하고 VR로 주거와 커뮤니티 시설을 확인한 뒤 호텔처럼 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계약에 필요한 정보를 제출하면 계약 신청이 완료되고, 가상 계좌 발급과 계약금 입금 등의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원하는 객실이 없을 경우 대기 신청도 가능하다. 객실 조회부터 계약까지 서비스 이용료 등 별도의 비용은 발생하지 않는다.

공유 주거 시설인 만큼 누릴 수 있는 커뮤니티 시설이 다양하다. 입주민들은 피트니스 센터를 비롯해 요가, 필라테스 등이 가능한 릴렉스룸, 공유 주방, 멤버스 라운지(워크 스테이션·커뮤니티룸) 등을 사전 예약 후 이용할 수 있다.

입주민들의 인기가 가장 높은 시설은 시네마 라운지로, 대형 화면과 빈백 등이 갖춰져 있다. 영화를 보거나 축구 등 스포츠 중계를 시청하며 함께 응원하는 공간으로도 활용 중이다.

이곳에서는 러닝크루, 독서 모임 등 비슷한 취미를 가진 입주민들의 자발적 소모임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성 팀장은 "MZ세대가 개인 생활을 중시한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사회 활동을 하고자 하는 욕구도 크다"며 "입주민 온라인 카페를 통해 명절에는 모여서 떡국을 끓여 먹기도 하고 비 오는 날에는 파전을 함께 먹을 이웃을 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맹그로브 신촌 소셜 키친(엠지알브이 제공).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