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에 더 취약한 기계식 주차장…“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등 필요”

대부분 철골 구조라 콘크리트 주차장보다 화재에 더 취약
열폭주 일어나는 전기차 화재 시 건물 붕괴 등 큰 피해 우려

인천 남동구 논현동의 한 호텔 기계식 주차장 화재현장. 2023.12.1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최근 빈발하는 전기차 화재로 국민 불안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도심 곳곳에 설치돼 있는 기계식 주차장이 전기차 화재에 더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기계식 주차장 대부분이 철골 구조로 이뤄져 전기차 화재 시 붕괴 가능성이 큰 만큼,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등의 조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3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철골 구조의 기계식 주차장은 각 층마다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차타워 바닥 면적이 200㎡ 이하면 법적으로 스프링클러를 설치 안 해도 되는데, 대부분의 도심 기계식 주차장 주차타워 바닥 면적은 200㎡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콘크리트 구조 주차장은 각 슬라브 층마다 스프링클러와 같은 소방시설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한 기계식 주차장 업계 관계자는 "철골 구조는 전체 층수를 하나의 층으로 간주해 스프링클러를 천장 한 곳에만 설치해도 된다"며 "이렇게 되면 화재 차량에 물이 닿기도 어렵고 열폭주로 최대 1000도 이상의 온도가 발생하는 전기차 화재는 더더욱 초기 진화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청라 지하주차장 사고에서도 주변 차량 중 전소된 차량이 많았다"며 "철골 구조 기계식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다면 모든 차량 전소 및 높은 열로 인한 구조물 이상으로, 심할 경우 건물 붕괴까지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기계식 주차장의 핵심 제어 센터인 컨트롤 룸의 화재방지구역 지정도 필요한 것으로 지목됐다.

컨트롤 룸은 전기패널, 컴퓨터, 모니터 등이 있는데 현행법에서는 컨트롤 룸에서 화재를 방지할 수 있는 별도 구역을 지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컨트롤 룸을 지정된 밀폐 구획으로 별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날선(전선에서 절연체가 벗겨져 내부 전기 도체가 노출된 상태)과 관련한 규정 강화 역시 화재 방지에서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계식 주차장에서는 기계와 차량의 빈번한 움직임으로 케이블이 마모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른 합선 또는 화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날선과 관련한 법적 규제 강화가 필요하지만 지금은 명확한 규정이 없다"며 "날선을 전선 관 내 배선으로 해야 화재를 미리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기계식 주차장의 소방 시설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기차는 화재 확산속도가 너무 빨라서 각 주차공간마다 대용량의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필요성이 있다"며 "스프링클러가 어려우면 방화벽을 만들어서 화재가 옆으로나 위로 번지지 못하게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원배 초당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전기차 화재는 여러개의 배터리 셀이 연결돼 있어 물로는 끌 수가 없다”며 “다만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규정이 강화된다면 전기차 화재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컨트롤 룸과 관련해 공 교수는 "보통 1층에 많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내화, 방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또 관리인과 소방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d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