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사업주에 과도한 책임 부과…처벌보다는 예방에 중점 둬야"
노동계도 '부적절' 한목소리…"형벌만능주의 산업계 위축"
중소업체 오히려 안전관리 능력 퇴행…"안전인력 엑소더스"
- 황보준엽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과의 중첩되는 부분이 많고, 의무사항 등 모호한 부분이 많아 기업들의 경영 차질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범수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등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건설현장에서 바라본 중대재해처벌법'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중처법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세미나를 주최한 서범수 의원은 "재해의 예방을 통해 소중한 기본권리인 생명권과 안전권을 보장한다는 시각과 명징하게 규정되지 않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개념으로 사업주에게 과도하게 책임을 지우고 있다는 시각이 첨예하게 대립한다"며 "중처법 개정 논의의 필요성을 계속 더해 왔다"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오병한 경기대 건축안전공학과 교수는 중처법의 모호한 규정과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이행능력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명확성 부족으로 건설현장의 서류만 양산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또 대기업은 안전예산 및 조직을 구축하고, 대형로펌 또는 우수 변호사를 선임해 무죄나 집행유예 가능성이 높지만 중소기업은 자금여력이 부족해 우수변호사 선임이 불리해 구속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또 건설기술진흥법(건진법)과 산안법 이중관리에 따른 혼란이 발생한다고 봤다. 그는 "건진법과 산안법 비슷한 제도의 이중관리에 의한 혼란이 있다"며 "용어도 상이하다"고 말했다.
◇노동계도 "억지는 안돼…현장의 안전성 확보가 우선"
이어진 토론에선 중처법의 유예가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왔다. 황진성 성일건설 대표는 "중처법의 즉각적인 시행은 중소건설업체들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고, 그 결과는 예상치 못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중소규모 건설현장의 현실을 고려할 때 처벌보다는 예방에 중점을 둔 법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태종욱 안산조경개발 대표는 "중재재해가 발생하면 처벌하는 법으로 과실책임을 묻는게 아니고 결과 책임을 묻는 법"이라며 "과실범을 고의범처럼 형사처벌한다. 형벌만능주의는 산업계를 위축시키는 반면 예방효과는 미미하다"고 비판했다.
노동계 역시 처벌이 아닌 예방이 가능한 방향으로 우선적으로 법이 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재범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 실장은 "억지로 안전보건체계를 수립할 것이 아니라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노동자를 위한 근본적인 건설현장 구조개선을 이루기 위한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현장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변화와 책임 강화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처법이 중소건설업체의 안전관리 능력 퇴행을 가져온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실질적으로 안전역량보다는 안전부서 중심의 조직·인력 확대, 현업부서의 인원을 빼 안전부서의 인원을 보강하는 모습마저 발견된다"며 "중소건설업체 안전인력 엑소더스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현업부서의 안전역량 후퇴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중소업체를 지원하는 등 중처법에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박동주 국토교통부 건설안전과 과장은 "중처법 젼면 시행에 따라 중소규모 현장의 안전관리를 위해 정책적 지원을 실시 중"이라고 했다.
국토부는 △중소규모 건설현장 스마트 안전장비 지원사업 △민간 소규모현장, 지자체 현장 대상 찾아가는 컨설팅 등을 시행 중이다.
박 과장은 "감리와 설계 시공 등 건설 전 과정의 참여자가 서로 견제하는 등 균형을 확보하고, 건설공사의 안전 및 품질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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