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혜택에 무주택 인정까지"…빌라시장 회복 탄력받나[박원갑의 집과 삶]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 오는 11월부터는 빌라 등 소형주택을 갖고 있어도 청약 때 무주택으로 인정받는다. 정부는 지난 8일 빌라로 대표되는 비(非)아파트 시장 정상화 방안 등을 담은 '8·8 주택공급 대책’을 내놓았다. 아파트 수요 쏠림현상을 비아파트로 분산·이동시키려는 취지에서다. 이번 대책은 주택 매매 시장뿐만 아니라 분양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청약 때 무주택자들이 많아진 만큼 인기 지역 당첨 커트라인과 경쟁률이 지금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번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비아파트 구입자가 청약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청약 시 무주택으로 인정하는 범위를 확대키로 했다. 비아파트에는 단독·다가구주택, 연립·다세대주택, 도시형생활주택이 해당한다. 이번 조치로 무주택 인정 대상 주택은 기존 면적 60㎡ 이하, 수도권 공시가격 1억 6000만 원, 지방 1억 원 이하에서 면적 85㎡ 이하, 수도권 5억 원, 지방 3억 원 이하로 조정된다.

이에 따라 재개발이 활발한 서울 강북지역에 시가 7억~9억 원짜리 빌라를 보유해도 무주택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청약 기준 완화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제53조, 주택 소유 여부 판정 기준)을 개정하면 가능하다. 정부는 시행 시기를 오는 11월로 잡고 있다. 다만 추후 공시가격이 오르면 청약(입주자 모집기준일 기준) 때 무주택으로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가령 취득 때는 주택 공시가격이 4억 5000만 원이었는데 시세가 올라 5억 2000만 원이 되면 무주택에서 제외된다는 설명이다. 청약가점 84점 중 무주택기간 가점 항목은 최대 32점(15년 이상)이다. 현재 무주택기간은 청약통장 가입자와 배우자를 모두 포함해 따진다. 또 무주택기간은 나이에 관계없이 집이 없는 기간을 모두 인정받는 게 아니다. 무주택기간은 만 30세를 기준으로 계산하되, 30세 이전에 결혼한 경우 혼인신고일로부터 산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 30세 미만으로 미혼인 무주택자의 가점은 ’0점’이 된다.

이번 대책으로 청약 때 무주택자가 많아져 서울 등 인기 지역 경쟁률이 치열해질 것 같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지난 1~7월 서울지역의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148.87대 1이다. 이는 전국 12.47의 12배 수준이다. 입지나 가격경쟁력에 따라 변동이 생길 수 있지만, 연말 이후에는 이 경쟁률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7월 말 현재 서울에서 1순위 통장 가입자만 398만 3423명에 이른다.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은 기대치를 낮추고 실속 청약을 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빌라시장은 빌라 전세 사기 후유증으로 극심한 침체를 보이다가 최근 들어 거래가 다소 늘어나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전국 연립·다세대주택 거래량은 5768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7% 늘어났다. 특히 서울은 2028건이 거래되어 1년 전 같은 달보다 25.3% 증가했다. 하지만 지방은 같은 기간 7.2% 감소, 지역별 차별화가 극심하게 나타났다. 거래가 늘면서 가격도 꿈틀거리고 있다. 6월 전국 연립·다세대주택 매매 실거래가격지수는 전달대비 0.14% 올랐다. 6월을 포함해 상반기에 1.65% 오른 것이다. 서울 역시 6월 전달대비 1% 오른 것을 포함해 상반기에 2.66% 상승했다.

선행지수 격인 7월 잠정지수가 모두 반등세(전국 0.88%, 서울 1.91%)를 나타내 회복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6월 큰 폭의 내림세(-2.65%)를 보였던 지방은 7월 잠정지수도 내림세(-0.49%)를 보였다. 따라서 지방은 서울‧수도권과는 달리 조정국면에 매물 소화 과정을 더 거칠 것으로 보인다.

지역에 따라 울퉁불퉁하겠지만 전반적으로 빌라시장은 회복세에 좀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면서 대체재인 빌라시장에 관심을 두는 실수요자들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더욱이 취득세, 종부세, 양도세 등 세금 혜택에다 청약 시 무주택까지 인정하므로 미래가치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재개발 예정 구역 소형 빌라나 다세대, 다가구주택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최근 건축비 급상승으로 수익성이 크지 않아 사업장별로 선별 접근하는 게 필요할 것이다. 재개발 가능성이 없는 곳은 이번 대책에도 크게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빌라시장도 미래에 아파트단지로 바뀔지에 따라 엇갈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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