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뚫어서 물뿌리고 내화구조 적용"…아파트 '전기차화재' 대응법은?

최근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로 불안감 확산
DL이앤씨·현대건설 등 화재 대응 시공 중이지만 규제 강화 필요 지적

인천소방본부가 지난 1일 오전 6시15분쯤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전기차량 화재와 관련 관계기관과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2024.8.2/뉴스1 ⓒ News1 이시명 기자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지난 1일 오전에 발생한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폭발화재로 전기차 화재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전기차 증가에 발맞춰 충전 시설 설치와 더불어 화재에 대비한 시설도 함께 시공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더 큰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서둘러 규제를 강화하고 업계 공동으로 대비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 자체 개발 시스템 등으로 화재 대응 시공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전기차 화재 대비 시설을 관련법에 따라 아파트에 시공하고 있다.

특히 DL이앤씨는 세계 최초로 건물용 전기차 화재진압 시스템을 개발해 최근 시공되는 건물 등에 적용을 검토 중이다. DL이앤씨가 올해 4월 개발한 이 시스템은 화재가 발생하면 차량 위치로 진압장비가 이동한 뒤 배터리팩에 구멍을 뚫고 물을 분사해 빠르게 진화하는 것이 골자다.

화재 발생 시 전기차 하부로 진압장비가 들어가 보호팩으로 덮여 있는 곳을 뚫은 다음 배터리에 직접 물을 분사하는 것이다. DL이엔씨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현대자동차 성능테스트 및 방재시험연구원의 전기차 실물차량 화재시험을 통해 검증을 완료했다. 리튬이온과 리튬인산철 등 배터리 종류에 관계 없이 10분이면 화재를 완전 진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건물용 전기차 화재진압 시스템은 중소기업인 탱크테크와 함께 고민한 끝에 탄생한 혁신 기술로 전기차 화재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을 크게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건설도 현재 전기차 화재 특성을 고려한 설계 가이드 적용으로 화재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최근 시공되는 아파트 단지 위주로 전기차 충전 공간 블록벽 구획에 내화구조를 적용하고 있다. 또 연소 중인 차량을 빠르게 덮어 산소를 차단하는 질식소화포를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되는 층에 제공 중이다.

대우건설도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를 포함한 화재 발생 시 확산 방지를 위한 3면 내화구조 설계, 6면을 바라보는 CCTV, 열적외선 카메라 사용 등을 적용 중이다.

DL이앤씨 건물용 전기차 화재진압장비.(DL이앤씨 제공)

◇규제 강화하고 건설·배터리·자동차·정부 등 업계 공동대응 필요

전문가들은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와 관련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현재보다 강화된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최고 1500도까지 치솟는 열기 등 이전과는 다른 양상의 지하주차장 화재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시급한 업계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한국인의 주거 형태를 보면 아파트 비중이 높은 만큼 지하주차장의 전기차 충전소 설치는 필연적"이라면서도 "소비자들이 90% 미만으로 과충전을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과충전을 방지하는 기술, 과속방지턱 등을 지날 때 전기차 하부의 충격 완화 방법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하충전소에서는 강제적으로 충전이 90% 미만으로 되게 하는 것, 지하 1~2층까지만 충전소 설치가 가능하고, 더 깊은 지하에는 충전소 설치가 안 되게 하는 등의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홍성걸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요즘 건축되는 한국 아파트들을 보면 대부분이 지하에 주차장이 자리 잡고 있고 이에 따라 지하에 전기차 충전소 등이 들어서게 된다"며 "이런 이유에서 전기차 화재 발생 시 기존 화재와는 다른 방식의 소화, 건축방식의 적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이어 "건설업계뿐만 아니라 자동차, 배터리업계, 학계, 정부 등이 빨리 머리를 맞대 전기차 화재와 관련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혹시 모를 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1일 발생한 사고는 전기차주가 전기차를 일반차량 주차 구역에 세워둔 지 약 59시간 뒤에 원인 미상의 불길이 치솟으면서 발생했다. 이 불로 입주민 23명이 단순 연기흡입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자동차 72대가 전소되고, 또 다른 차량 70여 대가 그을렸다. 또 전기설비와 수도배관이 높은 열기에 의해 녹으면서 해당 아파트 일부 가구에 전기와 물 공급이 끊겼다.

d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