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밸류체인 확보전 가속…포스코이앤씨, EPC로 한축 맡는다[글로벌 K-건설]⑦

리튬 기술력 기른다…인력 키우고 공법도 개발
칠레서도 '리튬' 개발 타진…중남미 시장 뚫는다

편집자주 ...올해 누적 '1조 달러' 수주를 목표로 한 해외건설은 코로나19를 끼고 장기간 지속된 경기침체의 터닝포인트다. 하지만 우리 경제를 견인할 해외수주시장의 견제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은 고도화된 건설기술과 집적된 노하우를 무기로 치열한 해외현장을 넘나드는 K-건설의 생생한 현장을 재조명한다.

구에메스 하공정 공장 전경./포스코이앤씨 제공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리튬은 탄소중립시대 핵심 원료로 꼽힌다. 수요가 급증한 전기차의 배터리를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자원으로 '하얀 석유'라고도 불린다.

세계 각국은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사활을 걸면서 확보전도 점차 과열되는 양상이다. 우리 기업도 주도권을 잡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포스코그룹으로, 계열사인 포스코이앤씨는 공정 시설 건설을 통해 이차전지 소재 공급 밸류체인 구축에 한 손 거들고 있다.

아르헨티나 염수리튬 상공정 1단계 전경./포스코이앤씨 제공

◇에너지 자원, 검은색 '석유'에서 하얀 '리튬'으로

과거에는 에너지라고 하면 검은색의 '석유'였다. 중동의 여러 국가가 단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석유 덕분이었다. 그러나 이젠 효율보다도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가 왔다. 지구온난화를 가속하는 화석연료는 더 이상 각광을 받지 못한다. 일각에서는 화석연료의 종말이 도래했다는 평을 내놓기도 할 정도다.

대체 에너지원은 색깔도 정반대인 흰색의 리튬이다. 리튬은 당초 유리나 도자기 등의 생산에 제한적으로 쓰였다. 누구도 이 리튬이 세계의 이목을 모을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지만, 전도성이 높은 특성 덕에 이차전지의 핵심연료로 자리 잡으면서 위치가 180도 달라졌다.

과거 중동으로 영국과 미국 등 선진국들이 석유를 확보하려 몰려들었던 것과 같이 리튬 패권을 쥐려는 국가간 기업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포스코그룹이 지난 2018년 살타주에 위치한 염호(塩湖)를 3300억 원에 사들이면서 본격적인 리튬 캐기에 나섰다.

이곳의 리튬 매장량은 인수 당시 추정치(229만 톤)보다 6배가 많은 약 1350만 톤에 달한다. 약 3억 700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수치다.

아르헨티나 염수리튬 데모플랜트 전경./포스코이앤씨 제공

◇EPC 역량으로 리튬 생산 '한축' 맡는다

포스코이앤씨는 그간의 철강·에너지 플랜트 설계·조달·시공(EPC) 역량을 바탕으로 리튬 생산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회사는 연간 9만t의 양극재를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광양 양극재 공장 2·3·4단계를 증설했으며, 세종시 첨단산업단지에 연간 2만 톤의 (천연) 음극재를 생산하는 2-1단계 공장을 성공적으로 건설했다. 현재는 2.5만 톤을 생산하는 2-2단계 공장 증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중남미에서 건설 경험도 풍부하다. 지난 2006년 칠레 벤타나스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공사를 시작으로 페루에서 2억 9000만 달러 규모의 810㎿급 복합화력발전소를 수주했다. 파나마에선 복합화력발전소와 LNG 탱크터미널 프로젝트를 맡았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2020년 8월에는 국내 기업 최초로 리튬을 채굴·제련하는 데모플랜트(Demo Plant)를 2020년 8월 아르헨티나에 성공적으로 건설했다. 데모플랜트는 생산성능을 사전에 검증하기 위한 설비다.

데모플랜트에 이어 아르헨티나 살타주에 연산 2만 5000톤 규모의 인산리튬을 생산하는 염수리튬 1단계 상공정 공사에 이어 변환을 가능하게 할 하공정도 살타주 인근 구에메스(Guemes) 산업단지에 건설 중이다.

아르헨티나 리튬 추출 데모플랜트 전경./포스코이앤씨 제공

◇리튬 추출 '신공법' 등 기술력 향상 가속화

포스코이앤씨는 포스코퓨처엠과 포스코A&C 등 여러 그룹사와 함께 음극재 생산 공장건설에도 EPC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아울러 양극재의 수요 급증에 대응해 신속한 공장 증설을 위한 Pre-con, Big Room, BIM 활용과 포스코퓨처엠과의 협업으로 공장 간섭을 사전에 시뮬레이션하는 등 공정 로스를 최소화했다.

포스코와 함께 공동개발한 불연성능 패널을 적용해 공장의 안전성과 품질도 높였다.

앞으로도 포스코이앤씨는 이차전지사업의 시공뿐만 아니라 기술 로드맵 실행력 강화, 설비 기본 설계 등 자력 역량을 조기에 확보하고 프로세스 검증 및 시운전 지원 등 업역을 지속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우선 리튬 상용 공정 설계 모델을 구축하고 리튬 단위설비를 국산화할 계획이며, 내년까지 리튬 추출 신공법 개발과 신사업 상품별(원료·소재) 표준 모델을 구축하는 등 이차전지 관련 차세대 기술 개발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인재 육성도 가속화하고 있다. 인재양성 교육은 유사상품 분야에서 기술과 경력이 풍부한 직원을 우선적으로 선발하고 현재직무경험을 토대로 이차전지, 수소, 원자력, 해상풍력, 친환경건축 등 미래 신성장 분야에서의 기술 습득과 역할을 위한 리·업 스킬링(Re·Up Skilling)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중남미서 '리튬' 확보 지속 타진…칠레도 뚫는다

'리튬 노다지'로 통하는 중남미에서 우리 기업의 리튬 사업 확보를 위한 시도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세계 리튬 매장량 9800만 톤 중 5531만 톤(56.4%)이 중남미에 묻혀 있다. 이 가운데 볼리비아의 매장량이 2100만 톤으로 가장 많고, 아르헨티나 2000만 톤, 칠레 1100만 톤에 달한다.

이들 지역에만 전세계 리튬 매장량의 60%가량이 묻혀 있어 '리튬 트라이앵글'로 불린다. 멕시코(170만 톤)와 페루(88만 톤), 브라질(73만 톤)도 매장량이 적지 않은 편이다.

포스코그룹은 리튬 매장량 세계 1위인 칠레에서도 적극적으로 리튬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에는 수도 산티아고에서 광업부 고위 인사와 면담하고 칠레 리튬 염호 개발 관련 협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전략기획총괄(대표이사 사장)은 아르헨티나 염수 리튬 및 호주 광석 리튬 사업 등을 통해 검증된 리튬 생산공장 건설 및 운영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진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이차전지 소재 원료 확보를 위한 해외자원개발부터 양극재, 음극재 등 이차전지 핵심소재 생산까지 수직통합한 세계 유일의 이차전지 소재 공급 밸류체인을 구축해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공급망을 형성하는 등 미래 이차전지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뒷받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중남미에 리튬이 많이 묻혀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다. 포스코이앤씨는 중남미에서 발전소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해왔고 강자로 꼽힌다. 포스코그룹 간 리튬을 개발하는 형태인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했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