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재난에 우리집도?…빅데이터로 화재·침수 리스크 미리 살핀다[집이야기]

머신러닝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건축물 화재 및 침수 리스크 예측
관악구 지역 건축물, 26%는 화재 리스크 높고 1.5%는 침수 리스크 높아

건축물 화재 및 침수 리스크 지도.(건축공간연구원 제공)

(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기후변화와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건축물의 재난·재해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해마다 홍수로 인한 침수와 예기치 못한 화재는 인재로 이어지며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건축공간연구원은 최근 빅데이터와 머신러닝을 활용해 건축물의 화재 및 침수 리스크를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과거 연구들은 주로 화재와 침수 발생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최근에는 발생 가능성과 피해 정도를 함께 고려한 리스크 분석이 중요해지고 있다.

건축공간연구원은 화재 리스크 분석 모델을 머신러닝 알고리즘인 랜덤포레스트를 사용해 개발했다. 서울시의 2017년부터 2021년까지의 건축물 화재 발생 및 피해액 데이터를 활용해 모델을 학습시켰다.

화재 피해액을 기준으로 피해가 큰 경우와 경미한 경우로 구분해 분석했으며, 도로 연결성·인구수·온도 등의 변수가 리스크 분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델의 정확도는 78%로 평가됐다.

조영진 건축공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가 통상 화재는 사회재난, 침수는 자연재난으로 분류한다. 재난 관리 방식은 관련 법령에 따라 예방, 대비, 대응, 복구의 4단계로 이루어진다"라고 설명했다.

조 연구위원은 "화재와 침수 모두 예방에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든다. 모든 건축물에 대해 예방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예측이 필요하다"라며 "과거에는 직관적으로 화재나 홍수 위험을 판단했지만, 이제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화재와 침수에 취약한 건축물을 찾아내고 예방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건축물 화재 및 침수 리스크 분석 모델의 변수별 중요도.(건축연구원 제공)

건축물 침수 리스크 분석 모델은 딥러닝 알고리즘인 TabNet Classifier를 사용해 개발됐다. 서울시의 2016년부터 2022년까지의 건축물 침수 피해액 데이터를 활용했다. 침수 리스크 분석에서 중요한 변수로는 건축물의 용도, 높이, 구조 등이 있었으며, 모델의 정확도는 88%로 평가됐다.

조 연구위원은 "화재 리스크 분석 모델은 기존 화재 이력을 바탕으로 건축물의 특징, 구조, 연령, 규모 등을 변수로 사용해 학습시켰다"라며 "침수 리스크 분석 역시 지형 특성과 건축물의 구조적 특징을 반영해 모델을 학습시켰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러한 모델들은 소규모 건축물이 법적 의무점검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아, 통합예방안전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할 수 있는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서울시 관악구 지역의 3만 2079동의 건축물을 대상으로 화재 및 침수 리스크 분석을 수행했다. 그 결과, 약 26%의 건축물이 화재 리스크가 높고, 약 1.5%의 건축물이 침수 리스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와 침수 리스크가 모두 높은 건축물은 48동, 리스크가 모두 낮은 건축물은 2만 3276동으로 조사됐다. 특히 리스크가 높은 건축물은 소규모 건축물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조 연구위원은 "연구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소규모 건축물이 화재와 침수 리스크가 높다. 이는 법적 의무 점검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이러한 건축물들을 대상으로 한 통합예방안전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본 연구는 건축물 화재 및 침수 리스크를 예측하는 모델을 통해 안전에 취약한 건축물을 식별하고, 이를 바탕으로 예방 및 대비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특히 소규모 건축물에 대한 통합예방안전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할 수 있는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 모델은 기후변화와 도시화로 인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건축물 재난·재해에 대비하기 위한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조 연구위원은 "이 연구가 어려운 이유는 데이터 확보에 있다. 기존에 화재나 침수가 발생한 건축물의 속성 정보를 알아야 리스크 분석이 가능한데, 관련 자료를 제공받기 어렵다"라며 "향후 데이터를 공개하고 활용하는 체계를 마련해 예측력과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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