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리치도 전세 외면…월 1000만원 초고가 월세 활황, 왜?
강남 도곡렉슬 전용 85㎡ 월세 1003만원, 연간 1.2억
성동, 용산으로 확산…자산가들, 고액 월세 선호 뚜렷
- 한지명 기자
(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서울의 일부 고가 아파트 단지에서 월 1000만 원 이상의 초고가 월세 계약이 급증하고 있다. 자산가들이 세금 및 관리 부담을 줄이고자 고액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26일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도곡렉슬 전용 134.9㎡의 월세는 1402만 원으로, 1년 임대료는 약 1억 6800만 원에 달한다. 도곡렉슬 전용 85㎡ 역시 월세가 1003만 원으로 연간 약 1억 2000만 원에 이른다.
서울 주요 고급 단지에서는 월 1000만 원 이상의 고가 월세 거래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159㎡는 지난 3월 보증금 5억원에 월세 2500만 원에 거래되었으며,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233㎡는 지난 1월 보증금 3억 원에 월세 2500만 원으로 계약된 바 있다.
자산가들이 월세를 선호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고금리 시대에 월세는 경제적 선택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세 사기와 대출 이자 부담으로 인해 자산가들은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졌다. 특히, 최근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과 각종 규제로 인해 자산 보유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면서 월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의 고가 월세 시장은 강남구 청담동, 성동구 성수동, 용산구 한남동 등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청담린든그로브 전용 203㎡는 지난 4월 보증금 5억 원에 월세 2080만 원으로 거래되었으며, 이는 2년 전의 1800만 원에서 280만 원이 오른 수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월세 거래 중 월 1000만 원 이상의 거래는 올해 들어서만 46건으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반영한다.
강남의 한 A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세입자는 10억 원이 넘는 전세 보증금을 맡겼을 때 후에 회수가 제대로 될지에 대한 걱정이 있다"며 "집주인도 부동산 추가 투자를 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라 보증금 규모가 큰 전세보다는 월세 계약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고가 월세의 증가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서울 전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으며 이는 전세와 월세의 추가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고금리가 지속되는 한 초고가 월세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 연구원은 "전체적인 월세도 상승하고 있어 올해 1000만 원 이상 초고가 월세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실질적으로 전세대출 금리가 낮아지지 않는다면 이 같은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hj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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