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해 이사장 "고속철도 수입국이 수출국으로…K-철도 입지 강화하겠다"[인터뷰]

국가철도공단 이사장 "민간기업과 동반진출, 해외사업 적극 추진"
"GTX 변전소 '오해' 안타까워…아파트 내에도 변전소 존재"

이성해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이 20일 서울 용산구 국가철도공단 수도권본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6.2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고속철도 기술 수입국에서 머물지 않고, 철도기술을 국산화하며 'K-철도'라는 브랜드를 구축한 것은 그 어느 철도 선진국도 경험하지 않은 유일무이한 자산입니다."

이성해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은 최근 뉴스1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러한 경험이 철도 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개발도상국이 배우고 따라가고 싶은 발전모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적극적으로 개발도상국과 경험을 공유해 함께 철도발전을 이루며 글로벌시장에서의 K-철도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과정이 간단치만은 않았다. 전국을 누비는 KTX도 당시에는 프랑스의 도움을 받아 겨우 개통할 수 있었을 정도로, 한국은 고속철도에 대한 기술력이 전무했다.

그러나 철도공단이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의 지하철 1호선 사업관리용역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 현대로템이 KTX가 개통된 지 20년 만에 처음 고속철 차량을 우즈베키스탄에 수출하는 등 철도 기술 강국이 됐다.

"경부고속철도 건설 당시만 하더라도 기술력이 부족해 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국내 철도망 건설 경험과 높은 신인도를 발판으로 우리의 기술력을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며 이 이사장은 웃음을 지었다.

철도공단은 중동지역에서 추가적인 해외 수주도 노리고 있다. 현재 유력한 곳이 아랍에미리트(UAE)다.

이 이사장은 "UAE가 유럽 기술로 철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신호시스템을 수정하는 데만 수백억 원이 소요된다. 큰 곤란을 겪고 여러 국가에 관련 기술을 확인하고 다니다가 우리나라까지 온 것"이라며 "우리는 독자적인 시스템을 개발했다. KTCS-2(열차제어시스템)로 전세계 어느 곳도 성공하지 못한 3세대 무선시스템을 적용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단은 우리 철도산업의 성장과 수출에 역점을 두고, 민간기업과의 동반진출 활성화를 기반으로 해외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부연했다.

이성해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이 20일 서울 용산구 국가철도공단 수도권본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6.2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GTX·철도지하화에 무거워진 어깨…사업 원활 추진에 전력

최근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철도지하화 등 국가적 프로젝트가 줄줄이 본격화하며 이 이사장의 책임감도 커지고 있다. 늦지 않게 적기 개통해 수도권 30분 출퇴근 시대를 하루빨리 구현하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됐다.

그는 GTX를 설명하면서 변전소 등의 이유로 사업이 난항을 빚는 것에 대해 '오해'가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 이사장은 "변전소에 대해선 오해하는 부분이 많다. 변전소는 아파트마다 존재한다. 한전이 아파트에 220볼트를 보내주는 것이 아니라 2만 2500볼트를 보내주면 이를 변전소에서 변환을 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소음 등으로 인한 생활에 지장이 없고, 전자파 발생량도 허용치 보다 극히 미량"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GTX의 변전소는 아파트와 이격돼 있고 지하에 있다"며 "염려할 부분이 아니며, 공단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관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가철도공단이 지난 20일 양재시민의숲역 내 변전소 주변압기 1m 위치의 전자파를 실측한 결과 2.7~3.0 μT(마이크로테슬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날 동일 조건으로 진행된 전자레인지(35μT), 드라이기(16μT) 전자파보다도 낮은 수치다.

철도지하화 사업 방식에 대한 구상도 이미 이 사장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를 위해 철도를 지하화한 프랑스 리브고슈에도 다녀오는 등 해외사례를 철저히 분석했다. 그는 상부 구간을 인공 데크로 쌓아 올리는 데크화보다는 지하에 노선을 만든 뒤 상부를 개발하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이 이사장은 "프랑스 리브고슈는 상부를 데크로 덮는 공사인데, 지금 30여 년째 공사를 하고 있다"며 "이제 4분의 1 정도 공사가 됐다. 우리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지하에 빠르게 노선을 만들고 상부를 개발하는 방식이 시간도 단축되고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이성해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이 20일 서울 용산구 국가철도공단 수도권본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6.2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현장 중심' 조직에 방점…"현장 니즈 파악 위해 한 달마다 회의"

이 이사장은 취임 후 현장 중심의 프로젝트 사업관리 조직으로 개편하는 데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해답은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나온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직원들에겐 노트북을 지급해 사무실이 아니더라도 어디에서나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신설된 사업관리 조직은 사업의 규모 및 단계에 따라 사업단장을 처장·부장·차장급으로 분류했으며, 한 달에 한 번씩 회의를 통해 '직보(직접 보고)'가 가능한 체계도 만들었다.

이 이사장은 "현장중심 조직으로 탈바꿈하려면 현장에 출장을 자주 가야 한다. 업무수행 방식을 PC가 아닌 노트북 중심으로 바꿨다"며 "현장을 다니다 보면 필요한 것 애로사항 등을 느낄 텐데 이를 전해 들을 수 있게 한 달에 한 번씩 산업단장들과 회의를 진행한다. 현장의 얘기가 직보될 수 있는 장을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목표가 더 있다. 바로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기관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육아 휴직을 장려하고 어린이집도 늘려나갈 생각이다. 인사처장도 여성으로 임명했다.

이 이사장은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어야 한다. 또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데 공단도 기여해야 한다"며 "눈치를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계속 조성해 나가고, 유치원도 늘릴 계획"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추가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고도 밝혔다. 그는 "육아휴직을 너무 많이 가서 인력 운용이 쉽지 않다고 하는데 그런 눈치를 주면 안된다"며 "다만 그러려면 여유 인력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성해 국가철도공단 이사장 프로필

△서울(1966년생) △환일고 △서울대 토목공학과 △영국 리즈대 교통공학 석사 △기술고시(27회) △국토교통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 △국토교통부 국토정보정책관 △국토교통부 기술안전정책관 △국토교통부 도시정책관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 △새만금개발청 차장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장 △국가철도공단 이사장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