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건설현장에 사람 없다더니…"한 달에 3번 나가면 다행입니다"
건설사는 '노동인구 고령화', '기술자 감소'로 인력난 호소
일용근로자는 기술공 아니면 일 구하기 어려워
- 이강 기자, 한지명 기자
(서울=뉴스1) 이강 한지명 기자 = 건설현장에서 건설사는 인력난을 호소하는 한편, 건설 일용근로자는 일이 없어 허탕을 치는 모순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평일 오전 4시 30분부터 두 시간 동안 열리는 남구로역 '새벽 인력 시장'에선 건설현장 일용직을 희망하는 내·외국인 근로자가 모여 차출을 기다린다. 그러나 근로자 중 절반 이상은 차출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12일 새벽 남구로역 5번 출구에서 만난 안 모 씨(69)는 "일이 없다. 나이 들면 일이 더 안 구해져서 노숙자 신세 된 사람들이 많다"라며 "나이 든 하루살이 인생들 다 죽으라는 건가"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특히 초보는 지인을 통해 근로자 팀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차출되기 어렵다. 남구로역 인근 인력사무소를 운영하는 나 모 씨(54)는 "기공(기술공)은 팀으로 움직여서 현장에 많이 들어가지만, 초보는 제외된다"라고 했다.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건설업 기초 안전보건교육 이수증'이 필요하다. 이수증은 고용노동부 위탁교육을 4시간 수강하면 발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수증이 있어도 초보자나 조공(기술자 보조 역할)·잡부가 일을 구하기는 어렵다. 한 구청 관계자는 "한 달에 3번만이라도 현장에 나가면 다행인 현실"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잡부 인력시장에서는 인건비가 저렴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어 내국인 근로자들의 설자리가 줄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근로자는 "조선족이 70% 이상이고 나머지는 한족과 한국인"이라며 "그중 한족의 가장 인건비가 저렴해 자주 차출된다"고 설명했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에는 캄보디아 국적 노동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 '나이 많으면 부담스러워'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고령 근로자 고용 기피
나이가 많으면 '현장행'이 더 어렵다.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때문이다. 건설현장에서 사람이 1명이라도 죽으면 중대재해로 처리되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선 고령자들을 고용하기가 부담스러워졌다.
건설사는 소통 문제로 고령 근로자를 피하기도 한다. 건설사 관계자는 "오랫동안 일한 경우 고집을 부리는 경우가 많아 업무 지시와 소통이 어렵다"고 말했다. 여기에 고령 근로자가 늘어나는 추세는 건설현장과 근로자의 불일치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실제 건설근로자공제회에서 발표한 건설기능인력의 연령대별 구성비 추이에 따르면 지난 22년간 근로자의 평균 연령대는 꾸준히 증가했다. 2022년 기준 50대와 60대 이상 근로자는 전체 건설근로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2000년 각각 19.4% 5.4%를 차지하던 50대와 60대 이상 근로자는 2022년 각각 19.1%포인트(p), 18.3%p 증가해 37.7%(50대), 24.5%(60대)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30대와 40대 근로자는 각각 17.2%p와 11.9%p, 20대 이하는 8.4%p 줄었다.
근로자의 고령화는 건설사가 인력난을 호소하는 이유기도 하다. 고령 근로자는 늘어나는데 젊은 인력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젊은 기공이 줄어 기술자를 선호하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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