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세사기법 개정 '청신호'…피해자단체 "정부대안, 정상 작동땐 일부 수용"

특별법 개정 '2라운드' 돌입…국토부 '경매 차익' 활용 '정부안' 제시
피해단체 '의구심' 여전, 국토부 "정부 믿어달라"…야당 "내주 입장 발표"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통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5.2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야당 주도의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이 불발된 가운데 전세사기 피해자단체가 정부가 내놓은 '대안'을 일부 수용할 수 있단 뜻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22대 국회 원 구성이 마무리되면 여야를 중심으로 한 특별법 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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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차익, '즉시 회수' 가능…보증금 추가 회복 가능성↑

30일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정부안이 정상적으로 작동해 돈(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면 정부안을 어느 정도 수용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양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있는 만큼 기존 선구제후회수 방안과 정부안을 양립해 모든 피해자가 각자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지난 27일 경매 '차익'을 활용한 피해자 구제 지원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핵심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피해자로부터 양도받은 '우선매수권'을 사용해 경매에 넘어간 주택을 낙찰받아 '공공임대 주택'으로 공급하고, LH 감정가격과 낙찰가액의 '차익'을 피해자 주거 지원에 사용하는 게 주된 골자다.

예컨대 전세사기가 발생한 빌라(법원 감정가 2억 원)가 경매에 넘어갔다면, LH는 피해자로부터 넘겨받은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해당 주택을 낙찰받는다.

만약 1회 유찰(1억 4000만 원·최초 감정가 대비 30% 저감)된 물건을 1억 5000만 원(낙찰가율 75%) 낙찰받으면 이후 재감정을 거쳐 LH 감정평가액과 낙찰가액의 '차익'을 고스란히 피해자 구제에 사용한다.

큰 틀에서 보면 정부 자금이 투입되는 구조지만 정부가 그간 반대해 온 '주택도시기금'이 아닌 'LH 재원'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더욱이 소액 임차인에 해당하는 피해자라면 '최우선변제금'(서울 5500만 원, 수도권 4800만 원)에 더해 손실 보증금 일부를 추가 회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특히 임대주택 입주를 희망하지 않는 피해자는 그 즉시 차익을 돌려받고 '퇴거'하거나, 월세로 차감하며 해당 주택에서 최장 20년간 거주할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2024.5.2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정치권 공방에 '피해자 고통' 가중…박상우 장관 "정부안, 서둘러 추진"

당초 여야는 지난해 5월 전세사기 특별법을 통과시키며 6개월마다 한 번씩 이를 보완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선구제 후회수' 방안에 대한 입장차로 1년째 공회전만 거듭했다.

그사이 세상을 등진 피해자는 8명으로 늘었고, 지금도 대부분의 피해자가 하루하루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특히 이번 22대 국회에서도 '선구제 후회수'에 매몰돼 특별법 개정이 물거품 되면 피해자들이 감당할 고통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제시한 안은 경·공매 시스템에 기초한 지원책으로, 법 개정이 지연될수록 정책 '수혜'를 입을 가능성은 사라진다.

법 개정이 늦어지는 사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이 '제삼자'에 매각되면 피해자들 입장에선 정부가 제시한 경매 차익을 돌려받을 수 없다. LH가 입찰에 응할 대상 물건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특별법 개정 이전이라도 서둘러 정부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LH에 우선매수권을 양도한 피해자들은 공공임대주택 입주와 경매 차익을 활용한 지원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국회 및 관계기관과 적극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별법이 개정되면 정부가 인정한 피해자들에게도 이를 소급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박주민·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임미애 당선인 등 민주당 관계자들이 20일 오후 대구 남구 대명동 한 다가구주택을 찾아 전세사기 피해를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30대 여성을 추모하고 있다. 2024.5.20/뉴스1 ⓒ News1 남승렬 기자

◇피해단체 "정부 못 믿겠다"·국토부 "믿어 달라"…민주당 "내주 입장 발표"

피해자 단체와 야당도 특별법 개정이 더는 늦춰지길 바라지 않는 분위기다. 안상미 위원장은 "정부안이 '100% 아니다'라는 게 아니"라며 "다만 낙찰받은 주택을 LH 감정가격으로 평가해 차익을 돌려주겠다는 정부의 말을 신뢰하기 어려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법을 집행하는 기관은 국회가 아닌 정부"라며 "정부를 믿지 못하면 누구를 믿을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이미 LH에 전세사기 피해 주택 매입 예산 7000억 원(5000가구)이 책정돼 있고, 여기서 부족한 예산은 별도의 매입임대 예산 5조 3000억 원(3만 5000가구)에서 끌어다 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선구제후회수 골자의 특별법 개정안 '재발의'를 예고한 야당도 일부 전향적 태도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위원장인 박주민 국회의원은 통화에서 "'선구제 후회수' 방안은 민주당이 고집한 게 아니라 당에서 만든 전세사기 피해 고충 접수센터를 통해 만난 전국의 피해자들이 가장 원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늦어도 다음 주 중으로 당 정책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당 차원의 공식 입장을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안 역시 경·공매가 종료된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어려워 일종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보완 요구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피해주택을 매입하기 어려운 피해자에게는 대체 공공임대 주택에 무상으로 10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정부 차원에서 추가로 지원해 드릴 수 있는 방안이 뭐가 있을지 더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