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번호 안줘요"…집값 저점 찍었나, 콧대 높아진 집주인

집값 반등 지역, 강남권 시작으로 마용성 찍고 점차 확산
광진·서대문도 1억 반등 거래…"급할 것 없다" 호가 높여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에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가 보이고 있다. 2024.5.20/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확실히 지난해 말과는 분위기가 바뀌었어요. 집주인이 계약 직전에 마음을 바꿔 계좌번호를 알려주지 않고, 호가를 올리고 있습니다."

서울 집값이 저점을 찍고 다시 상승 반등할 조짐을 보인다. 강남권을 시작으로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을 거쳐 반등 지역이 점차 늘고 있다.

29일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5월 셋째 주(20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이 9주 연속 오른 가운데 25개 자치구 모두 보합 또는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서울 약세 지역으로 꼽히는 노원구(0.00%), 도봉구(0.00%), 강북구(0.01%)도 하락세를 멈췄다.

3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서 시작한 집값 반등은 마·용·성(마포·용산·성동)으로 퍼지면서 서울 집값 상승세가 한층 뚜렷해졌다. 월간 기준으로 보면 서울 집값은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인 4월 기준 상승으로 돌아섰다. 지난달 집값 상승을 주도한 것은 성동구(0.25%), 용산구(0.22%), 마포구(0.21%)였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상승세는 서대문·광진·강동 등 선호 주거 지역 전반으로 점차 확산하고 있다.

광진구의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광장힐스테이트' 전용 84㎡(34평)는 지난달 22일 19억 3000만 원에 손바뀜됐는데, 직전 거래가인 올해 2월 18억 3000만 원에서 1억 원 올랐다.

서대문구에서는 'DMC파크뷰자이' 전용 121㎡(48평)가 지난달 22일 17억 7000만 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찍었다. 직전 거래가는 올해 1월 16억 5000만 원이다.

KB부동산이 발표한 월간 주택시장 동향을 보면 5월 들어서는 강동구 아파트값이 0.40%로 25개 자치구 중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전용 84㎡(34평)는 이달 11일 18억 원에 거래됐다. 이 평형 매맷값이 18억 원대를 기록한 것은 2022년 2월 18억 9000만 원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아직 실거래에 등록되지 않았지만, 18억 원대 거래가 두 건 더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거래된 가격을 보면 직전 거래가보다 5000만 원 이상 다시 오르는 분위기"라며 "올 초만 해도 매수자 우위 시장이었지만, 최근에는 집주인들이 '급한 것 없다'면서 호가를 높이고 관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매수 심리도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5월 셋째 주(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3.5로 15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100에 근접해졌다.

KB부동산이 전국 6000여 공인중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서울의 매매가격 전망 지수도 기준점 100을 넘어선 102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 만에 상승 전망이 더 많아졌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