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부동산 시장…"오피스는 리테일로, 지하는 업무공간으로"

"주요 업무 권역 임대료 높아, 지하층 급부상"
"오피스가 리테일로 변경되는 사례도 늘어"

신도림 디큐브시티 현대백화점.(현대백화점 제공)

(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과거 사무공간으로 사용되던 오래된 건물들은 이제 MZ 세대가 열광하는 리테일 시설로 탈바꿈하고 있으며, 반면 지하나 1층과 같은 업무시설로 기피되던 공간에는 새로운 사무실이 들어서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신도림 디큐브시티 현대백화점을 오피스로 전환하는 작업을 준비 중이고, GRE파트너스자산운용은 서울숲 더샵 엔터식스 왕십리점을 사무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투자자를 모집 중이다.

2010년대 중반까지 오피스 저층부에 리테일 비중을 높이는 것이 트렌드였다면, 최근에는 이와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보유한 오토웨이타워는 오피스 저층부의 리테일 공간을 공유오피스로 변경했으며, 여의도 TP타워의 경우, 전체 연면적에서 리테일 비중을 줄이고 지하공간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꾀했다.

또한 서울 명동의 대표적인 리테일 자산인 눈스퀘어는 6층에 싱가포르계 공유오피스 저스트코(JustCo)를 유치했다. 이러한 변화는 리테일 트렌드가 오피스보다 빠르고 민감하게 변하기 때문에, 자산운용사와 부동산관리회사들이 리테일 관리에 부담을 느끼는 데서 비롯되었다.

알스퀘어가 최근 발간한 '2024 1분기 빌딩 임차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많은 대형 오피스의 공장 및 상업 공간이 업무시설로 용도 변경 중이다. 전통적으로 공장이나 상업시설로 쓰이던 건물 1층과 지하에 사무실이 자리 잡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이는 서울 오피스 평균 공실률이 감소한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최규정 알스퀘어 선임 연구원은 "주요 업무 권역 임대료가 높아 임차사들이 지하층이나 저층부 사무실을 과거보다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임대인 역시 운영 난이도와 위험이 높은 리테일보다 안정적인 오피스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노후한 오피스 시설에서는 오히려 리테일로 전환하는 사례가 많다. 기업들이 임차 매력이 떨어지는 공간을 상가로 전환해 '핫플'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시청역 인근 유원빌딩의 '커피앤시가렛', 미아동 강북우체국의 '어니언', 안국역 인근 가든타워의 편집숍 '슬로우스테디클럽 살롱 안국'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상업에 유리한 1층이나 지하층이 아닌 기존 사무실 공간이나 빌딩 로비에 자리 잡았다. 브랜드 파워가 있는 경우, 오히려 생소한 위치를 선택해 방문객들에게 재미를 주고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임대료 측면에서도 이득을 보는 경우가 많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전국 평균 임대료는 오피스(3층 이상)가 1㎡당 1만 7500원이지만, 상가는 집합 2만 6800원, 중대형 2만 5600원, 소규모 1만 9400원으로 더 비싸다.

류강민 알스퀘어 리서치센터장은 "오피스가 리테일로 용도 변경되는 사례는 주로 C급 오피스에서 나타난다"며 "임대료가 저렴하고 연면적이 작은 오래된 오피스를 젊은 세대 사이에 인기 있는 리테일 브랜드로 전환해 특색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hj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