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위축에 빈살만 ‘네옴’도 휘청?…중동발 리스크에 흔들리는 건설업계
중동 발주 물량 감소·원자잿값 상승 등에 따른 수익성 저하 우려
사우디 네옴 등 초대형 프로젝트에도 영향…“투자 위축 등 전망”
- 신현우 기자
(서울=뉴스1) 신현우 기자 = 중동발(發) 리스크에 건설업계가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이스라엘 대 이란·이스라엘 대 하마스의 분쟁으로 해외건설 수주 텃밭인 중동 발주 물량 감소와 원자잿값 상승 등에 따른 수익성 저하가 우려돼서다.
특히 불안감 확산에 따른 투자 위축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프로젝트 ‘네옴’ 추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당 사업 수주를 기대했던 우리 건설사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4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55억 1891만 7000달러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수주액은 △중동 24억 339만 3000달러 △아시아 10억 4275만 4000달러 △태평양·북미 14억 9783만 6000달러 △유럽 3억 4212만 2000달러 △아프리카 9968만 7000달러 △중남미 1억 3312만 5000달러 등으로 나타났다.
해외건설협회는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불확실성에도 석유수출기구 회원국과 러시아 등 기타 주요 산유국(OPEC+) 등의 감산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산업 설비 공사 등을 수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올해 중동 건설시장은 걸프협력이사회(GCC) 등 주요국이 글로벌 유가 전망 하락에 따르는 보수적인 정부 재정지출 전망, 이스라엘발 전쟁 위험, 미국 대선 등의 정치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이라며 “대규모 사업에 대한 발주 여력은 관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중동 분쟁이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우리기업의 해외건설 수주 중 상당 부분이 중동에서 발생했다”며 “중동 분쟁으로 발주 물량 감소 등이 예상돼 난감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이란·이스라엘 대립으로 물류 이동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차단되면 중동 현장에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향후 원자재 수급 불안과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물류비 인상 등이 우려되는데, (사업) 수익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우디 네옴 등 초대형 프로젝트에도 영향 우려…“투자 위축·비용 상승 전망”
중동발 리스크는 사우디의 네옴 등 초대형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용 상승이 예상되면서 사업 추진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고 전망됐다.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적극 추진 중인 네옴은 사우디 북서부 타부크주 약 2만 6500㎢ 부지에 사우디~이집트~요르단에 걸쳐 미래형 산업·주거·관광특구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핵심사업은 △더 라인(높이 500m 유리벽 건물을 170㎞의 직선으로 늘어세워 짓는 친환경 도시) △신달라(홍해에 고급리조트를 갖춘 섬) △옥사곤(바다 위에 떠 있는 팔각형 첨단산업단지) △트로제나(산악관광단지) 등이다.
더 라인의 경우 우선 800m 모듈 3개로 구성된 2.4㎞ 구간을 오는 2027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당초 총사업비는 684조 8000억 원(5000억 달러)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2052조 6000억 원(1조 5000억 달러)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다른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사우디가 감산 정책을 폈음에도 유가가 크게 상승하지 않았는데, 초대형 프로젝트 진행을 위한 재정 확보가 기대에 못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중동 리스크 확대로 투자가 위축될 우려가 있어 오히려 마이너스적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광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프리카·중동팀 전문연구원은 “외신에서 사업이 축소될 수 있다고 했는데, 아직 네옴에서 인정하지 않았다”면서도 “네옴의 상징적 의미를 고려하면 축소된 형태더라도 사우디가 이를 기간 내 완성하려는 의지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네옴이 들어설 홍해 인근은 기반 시설이 거의 없는 곳”이라며 “홍해를 통해 일부 물자가 들어와야 하는데, 최근 인근에 있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등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돼 물류비용이 많이 늘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wsh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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