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여·목·성 '토허제 1년 연장'에…"기대도 없었지만 아쉽다"

서울시, 압·여·목·성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서울 남산타워에서 본 아파트 단지 모습. 2024.4.3/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작년에는 기대가 좀 있었는데, 올해는 워낙 완강해서 기대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주민들 사이에서 다른 지역과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말은 많이 나옵니다."

18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서울시는 제5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지구 24개 단지 △영등포구 여의도동 아파트지구와 인근 16개 단지 △양천구 목동 택지개발지구 14개 단지 △성동구 성수동 전략정비구역 1~4구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다.

시는 "투기거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개발 기대감이 높은 지역에서 구역 지정이 해제될 경우 투기수요의 유입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당초 토지거래허가구역 기간은 오는 26일까지에서 이날 도계위 가결에 따라 내년 4월 26일까지 1년 연장됐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를 거래할 때 사전에 관할지역 시장, 군수 또는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만 땅을 사고팔 수 있는 제도다. 공공 재개발 사업 등으로 부동산 과열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투기를 방지하고 건전한 토지거래를 유도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다.

2년 실거주 목적으로만 매매가 허가되기 때문에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갭투자'도 할 수 없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할 경우 외지인 투기 수요 등으로 인해 집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등에 대해 '안전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자치구는 재산권 침해 우려 등을 이유로 토지거래허가제를 해제해달라고 강력히 건의한 한 바 있다. 한남·반포 등 초고가 주택이 밀집한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비껴가는 등 지역 형평성 문제도 끊이지 않고 있는 만큼 거센 반발도 나온다.

전날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양천갑)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 목동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촉구한 것도 이런 이유다.

주민들과 인근 중개업소에선 예상된 결과라면서도, 아쉬움은 감추지 못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한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은 "기대도 없었다. 풀리든 말든 가격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라며 "거래에 제한이 있는 점이 유지된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 A 씨는 "초고가 지역인 반포·한남도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닌데, 우리 구역만 규제받는 것이 공평하지 않다고 느낀다"며 "일부 대형평형의 신고가 거래가 부각돼 집값이 크게 오르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 구역 현실을 모르는 말"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한 재건축 단지에 거주하는 주민 B 씨는 "내 집도 제대로 팔지 못하는 상황에 재산권 침해라고 반발하는 주민들이 많다"며 "급매물도 소화된 상황에 웬만한 현금 부자가 아니면 갭투자도 힘든 곳이라, 규제를 유지하는 것이 맞나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한편 압구정·목동 등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재지정에 따라 오는 6월 기한 만료인 다른 지역도 해제되지 않고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일례로 삼성·청담·대치·잠실동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오는 6월 22일까지다.

d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