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꺾인 '세종' 아파트값, 고점 대비 39% '뚝뚝'…"단기급등 피로감"
지난주 평균 0.35% 하락…작년 한 해 8.82% 하락, 올해 2.95% 누적 하락 기록 중
고운동·도담동 등 일부 단지 3억~4억원 하락 거래 속출…"향후 추가 하락 가능성↑"
- 조용훈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지난 2020년 정치권이 띄운 세종시 '천도론(행정수도론)'에 힘입어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세종 집값이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서는 한주도 빠짐없이 집값이 내리는 등 그간의 상승분을 고스란히 토해내는 모습이다.
1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4일 기준) 세종 아파트 매매가격은 평균 0.35% 하락하며 20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이는 전국 평균 하락률(-0.03%)의 약 12배에 달하는 낙폭이다.
세종 아파트값이 이처럼 곤두박질치는 원인 중 하나는 단기 급등에 따른 가격 피로감이 누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처럼 그간의 오름폭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던 지역에서의 가격 되돌림이 더 크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9년 말 상승 초입에 들어선 세종 아파트값은 이듬해에만 평균 38.06% 오르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여기에 향후 대규모 공급 물량이 대기하고 있다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세종시 공동주택 공급계획에 따르면 세종에는 올해 총 8720가구의 공동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다.
특히 최근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여의도 국회를 세종시로 완전히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지만, 이 역시 집값 하락에 제동을 걸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송승현 대표는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호재'라는 건 실현 가능성 등을 봐야 하는데, 이번에 나온 국회 이전 공약은 당장 집값에 영향을 주기보단 정치적 이슈 정도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탓에 세종 아파트값은 최근까지도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 세종 아파트값은 작년 한 해 8.82% 하락한 데 이어 올해는 2.95%의 누적 하락률을 기록 중이다.
세종시 도담동 도램마을 15단지 세종힐스테이트(867가구) 34평형의 경우 지난 5일 5억 8500만 원(3층)에 손바뀜됐는데, 이는 직전 최고가(9억 6300만 원·22층) 대비 39%(3억 7800만 원) 하락한 가격이다.
고운동의 가락마을20단지 호반베르디움(688가구) 33평형 역시 지난달 11일 종전 최고가(7억원·11층) 대비 약 39%(2억 7000만 원) 하락한 4억 3000만 원(14층)에 거래된 바 있다.
도담동의 H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세종에 터를 잡은 공무원 신혼부부 등 일부 실수요자들은 집값이 오르기 전 가격을 기억해서인지 집값이 더 내려가길 기다리면서 매수를 주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세종의 침체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리드는 "세종은 과거 상승 동력이 먼저 작용하면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먼저 반등해 최근의 하락이 더 두드러지게 보이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매매)수요가 증가할 요인이 없는 가운데 신규 물량과 이자 부담 등의 영향으로 급매물 위주로 거래되면서 추가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joyong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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