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단기 등록임대제도 '부활', 임대인들은 '시큰둥'…"정책 '신뢰성' 회복이 우선"

국토부, 비아파트·6년 단기 민간임대주택 등록제도 '재도입' 추진
"각종 공적 규제에 부담만 늘어, 규제완화·세제혜택 복원 등 선행돼야"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청 민원센터에서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고 있다. 2018.9.1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정부의 어떤 사탕발림에도 이제 더 이상 속지 않을 겁니다. 한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문제지만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입니다"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정부가 6년짜리 단기 등록 임대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가운데 정작 당사자인 임대인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과거 정부의 일방적 제도 폐지로 재산권 침해는 물론 각종 공적 규제만 떠안았기 때문이다. 임대인들은 정부가 언제 또 말을 바꿀지 모른다며 더 이상 임대주택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입을 모은다.

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월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에 따라 단기 등록임대 제도를 재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의무 임대 기간은 6년으로, 대상 주택은 비아파트다. 다만 이는 법 개정(민간임대주택법) 사안으로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제·금융 혜택을 드리니 다주택자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좋겠다"며 이를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는 임대주택 등록이 다주택자들의 투기 수단으로 변질됐다며 대대적인 제도 손질에 들어갔다.

지난 2020년 '7·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정부는 단기임대주택(4년) 및 아파트 장기일반 매입임대주택(8년)을 폐지했고, 기존 사업자들도 임대의무 기간을 다 채우면 등록을 자동 말소하도록 했다. 등록임대 의무 기간도 기존 8년에서 10년으로 연장했다.

이후에는 등록임대주택에 대한 임대보증금 보증 가입 및 부기등기 등을 의무화하며 각종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의무임대기간 중 임대주택을 팔거나 임대료 증액 제한(5% 이내)을 위반할 경우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해 임대인들의 거센 반발을 받기도 했다. 반면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등 각종 세제혜택을 없애 현재는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한 상태로 전락했다.

사진은 서울시내 빌라촌의 모습. /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이러한 탓에 대다수 임대인은 등록임대제도와 관련한 정부 정책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서울의 한 임대사업자는 "퇴직 후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평생 모은 돈에 퇴직금, 대출까지 받아 마련한 빌라 몇채를 임대 등록했다"며 "6년 동안 속 썩은 거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임대주택 등록을 권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보증보험 가입 같은 각종 규제를 소급 적용하고 팔고 싶어도 팔지도 못하게 하는 게 '토끼몰이'랑 뭐가 다르냐"며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임대인은 "이번에 헌법재판소가 단기 임대사업자 폐지를 합헌이라고 판단한 건 '정부의 말을 믿으면 안 된다'는 걸 사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꼴"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 결정은 정부가 1~2년 안에 말을 바꿔도 된다는 면죄부를 준 판결"이라며 "앞으로 국민들은 정부가 언제든지 말을 바꿀 수 있다는 리스크를 고려해 의사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은 "대부분의 다주택자는 현행 등록임대제도가 어떻게 망가졌는지 몸소 겪었다"며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성이 철저하게 무너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정책을 내놓는 것도 좋지만 우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먼저 회복해야 한다"며 "기존 임대사업자들에 대한 과도한 규제나 세제 혜택을 일부 정상화해 놓는 게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joyonghun@news1.kr